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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표준율의 인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세청의 이번 소득 표준율 조정은 몇가지 점에서 지난해 보다 개선의 흔적이 엿보인다.
우선 구조적으로 업종별·규모별, 또는 성빈도에 따라 표준율 적용을 탄력화 시킨 점이 두드러 진다.
세무 당국이 일방적으로 책정·운용하고 있는 이 표준율이란 실상 그 자의성에 따른 무분별과 획일성이 언제나 문제되어온 터이므로 보다 현실성 있게, 보다 합리적으로 변전하는 영업의 기복을 반영해주는 일이 항상 큰 과제였다. 따라서 표준율 운용의 탄력화와 현실화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추구되어야할 세무 행정의 기본 과제라 하겠다.
물론 이 같은 작업은 현실 경제의 다단성으로 인해 행정 기술상 적지 않은 애로와 난점을 안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난점이 납세자의 불이익과 불편을 감수시키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조정도 납세자로서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적지 않으나 큰 줄기에서 보면 하나의 진전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이런데에 있다.
이번 소득 표준율의 재조정은 전반적인 인하가 특징적이다. 업종 수는 경제 규모의 확대로 전년에 비해 37개가 늘어났으나 소득 표준율은 오히려 줄고 있다. 이는 표준율의 세분화와 외형 금액의 현실화 추세를 반영한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표준율의 현실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납세자의 과세 자료 양성화가 전제가 되어야겠지만 이를 세정이 유도해주는 기능은 최근까지만 해도 충분하지 못했다. 이번 조정에서 차등 표준율을 도입한 것은 이런 기능을 높이는데 유익할 것으로 본다.
업종별로 볼 때 생필품 소매업이나 자유 직업 소득의 표준율이 많이 내린 점이 두드러진다. 총 조정 업종 2백43개 중 1백7개 업종에서 인하가 가능했던 것은 그만큼 외형의 현실화가 진전되었다는 반증이 되겠지만 인상 또는 신설된 업종이 1백26개에 달한 사실과 비교하면 아직도 개선의 여지는 많을 것 같다. 특히 이번에 조정된 업종이 총 적용 업종 1천2백50개의 20%에 미달한다는 사실도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지난해의 개별 경기가 전반적인 변화를 겪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좀 더 과감한 조정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납세자들의 공동된 의견이다. 기계 공업이나 수출, 관광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하 조정은 산업 정책적 연관에서 볼 때, 때늦은 감이 있으나 수출 산업의 차등 경감율은 실제 적용에서 세무 당국의 편의가 개재되지 않도록 대상을 더욱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성실 납세자를 위한 경감 표준율제의 채택은 이번 조정의 가장 큰 진전이다. 특히 국세청이 약속했던 영수승 주고받기 성실 업소에 대해 50%를 경감해준 것은 이제도의 실효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더욱이 원천 징수율이 1백%인 성실 업소의 차등 경감율 적용에서 업체 규모별로 누진 경감율을 채택한 점은 표준율 적용의 기교화라는 관점에서 평가 받을만하다.
다만 이 같은 제도는 제도 자체의 의미보다는 실제 운용 과정에서 얼마나 참뜻에 맞게 집행하는가가 중요하므로 성실 납세자의 선의가 외면 당하지 않게 상호간의 신뢰를 높여 가는 노력을 지속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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