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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병 아닌 병」 과민성 대장 증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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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병원에선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정밀 검사 결과 정상이라는 것이다. 피검사, 대·소변 검사, 「엑스·레이」, 대장경 검사 등을 해봐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는 고통스럽기만 하다.
아랫배가 항상 불편하고 복통이 만성적이다.
변비인가 하면 설사가 나고 때로는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나타난다.
잠도 잘 안 오고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환자는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닌다. 유명하다는 의사는 다 찾아가 본다. 병원 순례를 한다.
그러나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한다. 「병 아닌 병」의 대표적인 예라고나 할까.
뚜렷한 기질적 병변이 없기 때문에 각종 검사에 정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단지 대장의 기능상 이상이 있을 뿐이다. 이른바 과민성 대장 증후군. 대장이 화를 낸 상태다. 최규완 박사 (서울대 의대 교수·내과학)는 소화·흡수가 되고 난 찌꺼기 (대변)를 아주 「리드미컬」하게 밑으로 뽑아내야 할 대장이 흥분, 난조를 보이기 때문에 초래되는 갖가지 증상들의 묶음이라고 설명한다.
원인은 「스트레스」, 대인 갈등, 가정에서의 불화, 학교·직장에 대한 불 적응, 육친의 사망, 실연, 입사, 죄악감, 긴장, 감정의 격변 등 심리적인 인자가 과민성 대장을 초래한다고 최 박사는 지적한다.
대개 30∼40대 주부들에게 많다. 특히 남편의 외도에 충격을 받거나 가정 불화가 심한 부인에게 빈발한다.
복통은 꼭 무어라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 대부분. 최 박사의 임상 경험에 따르면 부위도 일정하지 않아 종잡을 수 없지만 대체로 왼쪽 하복부의 복통이 많다.
변비의 경우 토끼 똥 같은 변이나 연필 모양으로 가느다란 변에 점액이 묻어 나오곤 한다. 변을 봐도 시원치가 않다.
그리고 두통·현깃증·발한·가슴 두근거림·불면증·탈력감·어깨 결림·피로감·근육통이 나타난다.
이 같은 증상은 시험과 같은 긴장된 작업 때 심해진다. 외출 때, 또는 「버스」나 기차를 탈 때 느닷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병 아닌 병」이기 때문에 특효약이 있을리 없다. 대증 욧법이 있을 뿐이라는 최 박사의 말이다.
무엇보다도 대장을 흥분시키고 화나게 하는 심리적 인자를 발견해서 제거하는 것이 치료원칙이다.
불안감이나 쓸데없는 걱정을 씻어야 한다. 만약 가정 불화가 원인이라면 이것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고 최 박사는 강조한다.
너무 뜨겁거나 찬 음식, 맵고 짠 음식, 술·담배는 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기름에 튀긴 음식과 찬 우유도 좋지 않다.
과로도 금물. 최 박사는 적당한 휴식, 충분한 수면, 운동, 「레크리에이션」, 규칙적인 식사, 그리고 매일 규칙적으로 배변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충고한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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