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악취 나는 '관피아' 비리, 끝까지 파헤쳐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세월호 침몰 사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해운업계 비리가 끝없이 불거지고 있다. 곳곳에서 ‘관피아(관료 마피아)’의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다. 이번엔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장이 과거 세모그룹에서 근무한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신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교체되기도 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가 침몰 당시 복원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적재량보다 배 이상 많은 화물을 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화물을 과다 적재하도록 한 청해진해운 물류팀장과 해무팀 이사를 체포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조사 중이다. 놀라운 건 안전한도를 넘는 차량을 싣고 다니겠다는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을 해경이 승인했다는 것이다. 또 세월호 출항 당일 CCTV를 분석한 결과 화물 목록에 없던 굴착기 세 대 등 중장비들이 더 실려 있었다고 한다. 세월호는 사실상 여객선이 아니라 화물선이었던 셈이다.

 세월호 침몰과 함께 같은 청해진해운 소속의 오하마나호 운항이 중단된 뒤 인천~제주 간 물동량이 급감했다는 사실에서도 그간 과적이 얼마나 일상화돼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안전운항 관리를 점검해야 할 해운조합이 왜 이런 사실을 따져보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해운사들을 대표하는 해운조합에 안전 관리를 맡겨놓고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것 역시 비정상적이다. 해수부와 해수부 관료 출신이 38년째 이사장을 맡아온 해운조합, 해운업계의 커넥션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은 선박 사고 관련 보험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해운사들에게서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해운조합 사업본부장을 체포했다. 선박 안전 검사를 맡고 있는 한국선급의 비리를 수사하는 부산지검 특별수사팀도 한국선급 전·현직 임원들이 해수부 공무원 등에게 상품권 등을 제공한 정황을 잡고 관련자 소환에 들어갔다. 선박회사 이익단체인 한국선주협회의 경우 지난해 국회의원 연구단체의 크루즈 해외여행을 지원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해운 비리 수사의 초점이 ‘해피아(해수부 마피아)’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이와 함께 해경에서는 정보수사국장의 세모 근무 경력 등이 알려지면서 해당 국장이 전보 조치됐다. 당사자는 “해경에 온 뒤 구원파와 손을 끊었다”며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의 유착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사고 수습 과정에 관여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피아를 추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이번 해운업계의 검은 커넥션부터 샅샅이 파헤쳐야 할 것이다. 관피아가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차원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관피아의 뿌리를 들어내겠다”는 검찰과 정부의 흔들림 없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