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민」과 난형난제" 『가다피』의 기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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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간다」의 「이디·아민」은 국제사회의 괴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군혁명으로 「리비아」 정권을 장악한 「모아메르·가다피」 대통령의 행동도 그에 못잖은 기행이다.
단지 「국제 제3이론」 같은 거창한 「슬로건」을 내건다든가 연간 1백억 「달러」(한화 약5조원) 이상의 「오일·달러」를 주머니 푼돈처럼 써버리는 것만이 다를 뿐 엉뚱한 착상이 계속 쏟아진다는 점에선 난형난제-.
최근 반정부단체인 「리비아」 민족집회(LNR)가 서방에서 밝힌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는 「양계사건」이라고 알려진 이야기-. 지난해 전국에 걸친 달걀품귀 현상으로 「가다피」가 모든 가구에 대해 양계를 강요, 모든 국민이 양계에 열을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마릿수까지 1인당 두 마리로 배정된 이 양계 정책 때문에 「리비아」전역은 닭장을 만들거나 병아리를 사들이느라고 한동안 법석-. 더욱 재미있는 것은 독려가 어찌나 심한지 닭장을 세울 빈터가 없는 「아파트」 주민들마저 옥상에서 닭을 키운다고-.
다음엔 이발에 얽힌 「에피소드」 한토막-. 언젠가 「압델·살람·잘루드」 수상이 머리를 중공식으로 짧게 깎지 않고 약간 장발로 길렀기 때문에 체포되는 사태까지 일어났었다. 이쯤 되면 기행 치고 가히 금「메달」감이 틀림없겠다.
그런가하면 국립 「트리폴리」 대학의 인민위원회는 「브르좌」적 냄새가 짙다는 이유로 박사·석사 등 학위명을 사용 금지케 했으며 국영방송은 「뉴스」 시간을 상오 7시와 자정으로 배정, 결국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온종일 「뉴스」 없는 방송으로 일관-.
「리비아」민족집회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일수 없다 해도 모든게 즉흥적인 「가다피」의 성격이고 보면 허무맹랑한 소리만은 결코 아니겠다. 【테헤란=이근량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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