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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정부의 역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1 투자계획과 정부역할>
90년의 전력·수송·통신투자는 거의 20억「달러」(75년 가격)에 달하고 금속·화학공업은 25억「달러」에 이를 것이다. 장기계획에서 신중한 평가와 기획을 요하는 이런 투자에 대해 정부가 직접적인 책임과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공공부문 행정조직이 이 같은 책임에 잘 맞게 짜여져 있지 않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산업간 연관을 고려한 신중한 수요예측이다. 이런 예측이 정부·민간 어느 쪽에서 이루어지든 간에 하부구조의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산업전반에 걸친 광범한 예측의 기초로 이용하는데는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수요예측의 기술에는 큰 개선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예측이 아직도 초보적인 외삽기법이나 단순한 「매크로」적 총계 관계에만 의존하고 있다. 중간수요의 구조변화 전망과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경제의 상호 의존성이 높아지고 개별투자 규모가 거대화 될수록 더욱 필요한 것은 투자의 적정규모, 시간·국면·입지·투자의 생산복합도 등을 결정하기 위해 더욱 세련된 투자계획 기술이 요구된다. 이런 몇 가지 복잡한 문제들은 이미 「에너지」·수송 등 몇 개 부문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제조업부문 투자계획은 정부의 역할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과거 정부는 대부분의 세부문에까지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철강·비료·화학·조선 등 소위 계획 부문에서 정부는 주요 「프로젝트」를 직접 결정하고 수정했으며 때에 따라서는 공기업을 새로 일으키기도 했다.
섬유와 같은 비계획 부문에서도 가끔 정부는 민간의 시설개체나 확장계획에 능동적으로 개입해 왔다. 최근 정부는 4차 계획에서도 기계·전자산업에 중요한 직접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특정 「프로젝트」에 정부가 개입할 필요성은 점차 줄어들 뿐 아니라 민간기업이 스스로 이윤동기에 충실하고 그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 전체적인 산업성장에 훨씬 유익할 것이다. 공작기계·전자·경공업 부문은 너무도 다기화되어 있어 직접적인 정부개입이 별 의미가 없다. 또 기초 중간재 산업에서도 사기업은 주도력을 발휘하기에 충분한 경영능력과 재정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하부구조의 확충이나 산업부문간의 구조변화를 대항하는데는 여전히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전자도 후자도 모두 투자계획과 연관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새로운 제도의 개발은 물론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정부·산업간의 관계정립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가장 시급한 부문은 바로 기술이전 분야다. 다른 개도국에 비해 한국의 임금이 높아질 경우 보다 경쟁력 있는 고도기술을 요하는 생산으로의 이동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때 정부는 민간기업에 원용 가능한 기술범위와 이를 획득하기 위한 가장 유리한 수단을 자문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중요분야인 인력개발과 신용배분에서는 정부가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여기에도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는 물론 4차 계획에서도 정부는 산업계의 외자접근을 통제함으로써 민간의 투자배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대외수지가 개선됨에 따라 투자의 해외재원 의존도가 줄어들 것이므로 민간산업계는 정부 보증 없이도 외자「소스」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자본시장의 발달로 정부의 신용개입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여러 가지 변화 때문에 정부의 신용배분에 대한 간섭여지는 줄어들며 더욱더 시장기구의 움직임에 맡겨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제조업의 각종 시장 지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정부도 이점을 고려, 관세율 구조의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5∼10년간 유치산업보호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정부의 역할을 요약하면 아마도 예시적 계획자나 촉매의 역할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는 민간기업가들에 의해 공개된 시장경제에서 이윤동기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개선된 부문간 분석, 특히 수요예측과 투자계획을 정밀화함으로써 정부는 투자방향에 광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정부는 산업개발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분야, 특히 기술이전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촉매역할을 맡지 않으면 안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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