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간첩 강우규의 경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휴전이 된지 4반세기가 지났다고 하지만 그동안이라고 해서 북괴의 무력적화기도가 정지했었느냐 하면 그렇지가 않다. 남침은 휴전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색다른 모습으로 탈바꿈을 한 채 여전히 계속되고 진행 중에 있는 것이다.
중앙정보부가 적발한 거물간첩 강우규 사건역시, 진행중에 있는 북괴의 사실상의 남침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음모의 직접적인 배후 지령자가 북괴두목 김일성 자신이라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김일성이란 자는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자이며 그의 주업은 간첩을 선발하고 남파시키는 것임이 더욱 분명해진 셈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런 사실을 우리만 그냥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좀더 널리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그들도 김일성의 국제적인 선전공세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보다 실감나게 느껴볼 수가 있을 것이니 말이다.
강이 밟고 다닌 침투의 궤적은 평양→일본→한국→일본→서구→소련→평양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어딘가 간첩침투의 국제적인 연결망 같은 것이 형성된 듯한 느낌이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간첩통로는 얼마든지 다시 이용될 가능성이 많으니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되겠다.
강이 밟고 다닌 통로가 그렇고 그의 출신기반이 일본이라는 점을 두고 볼 때, 일본은 그야말로 간첩의 발생지요 근거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일본당국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기나라 땅이 이웃나라를 전복하려는 파괴분자들에 의해 한껏 이용당하고 있는데도 일본당국자들은 그저 팔짱만 끼고 앉아 있어도 되는 것일까.
강 일당의 국내에서의 암약상 역시 묵과할 수만은 없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국내 투자기업체의 임원신분을 악용했다든지, 영향력 있는 고위층 인사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약점을 조성하는 수법을 썼다든지 하는 따위가 모두 예사로 보아 넘길 수는 없는 일들이다. 간첩이 침투하는 대상은 그처럼 가까이 있고 도처에 있으며 의외의 곳에 있는 셈이다.
간첩일당이 만들었다는 「자유통일협의회」란 지하조직의 이름만 봐도 여간 교묘하지가 않다. 공산이니 무어니 하는 냄새 대신에 「자유」란 냄새를 피우려 한 것이다.
주한미군이 어떻고 「카터」의 외교정책이 어떻고 하는 최근의 내외정세에 편승해서, 저들의 교란수법도 덩달아 간교한 색조를 더해가는 것이 역력하다. 이제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런 식의 민심교란과 혼란책동은 더욱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건이 적발될 때마다 우리는 북괴의 변함없는 침략저의를 다시 한번 똑똑히 꿰뚫어 보면서 내외의 방비태세를 더한층 굳건히 다져 나가야 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