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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과 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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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언젠가 「뉴요크·타임스」 지에서 흥미 있는 과학기사 한가지를 본 일이 있었다. 미국은 우주로부터 은밀하게 소련의 기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미국에 풍년이 들어 농산물이 쌓이게 되면 한번 그것을 실제로 응용해 볼 수도 있다. 소련에 가뭄을 들게 하면 미국의 농산물은 저절로 시장이 개척되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그 실험도 끝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눈치는 소련쪽에서도 능히 알고 있는가 보다. 1975년 「제네바」에서 열렸던 「유엔」군축회의에서 미국과 소련은 『환경적 기준을 다른 적대적 용도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약정안을 공동 제출했던 일도 있었다.
일설에는 미국의 환경조작 기술은 월남전에서 수없이 실험되었었다고도 한다.
그 성공률은 30%. 군사 전문가들은 그 정도의 효과밖에 없는 것에 실망했지만, 기상학자들은 오히려 그 놀라운 효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제 지구의 기상은 자연의 품에서 벗어나 인간의 손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게 된 것 같다. 더구나 근년의 기상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들로 점철되어 있다. 이것은 오히려 인간이 만든 문명의 파괴작용에 의한 자연섭리의 불균형에서 빚어진 현상 같기도 하다.
매연과 갖가지 「개스」, 핵폭탄 실험에 의한 충격, 바다의 오염에 의한 대기작용의 부조화. 이런 요인들은 곧 자연의 순환과 순리를 거역해 기상작용까지도 「리듬」을 잃게 만든 것 같다.
기상예보의 기술 역시 과학의 발달과 함께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가령 미국의 「NOAA5호」 기상위성은 한 주에 지구를 13번씩이나 회전하며 매일 4차례의 정밀관측 「데이터」를 지구에 보내고 있다. 그 전송사진만 해도 8백장 이상이다.
북미의 농산물을 해치는 메뚜기떼, 「핀란드」의 빙산, 비를 몰고 오는 구름 등의 움직임도 샅샅이 지구에 알려준다.
이와 같은 과학기술들은 오히려 기상에 대한 인간의 친근감을 더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한결 기상에 적응할 수 있는 여유와 능력을 갖게된 것이다. 관상대는 예보의 기능만으로 그 사명을 다할 수는 없다. 인간의 적응력을 길러 주는 것도 중요한 기능이 됨직하다.
최근 관상대의 예보관이 기온의 변화를 설명하며 『감기에 조심하라』는 당부를 곁들이는 것은 그런 애교의 하나일 것이다.
23일은 「세계 기상의 날」이다. 올해의 주제는 『기상과 물』. 가뭄을 극복하는 올해의 「물의 기상」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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