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검절약의 생활기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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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3년의 「오일·쇼크」이후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은 자취를 감추고 어느덧 『절약이 미덕』이 전 세계적으로 회자하는 말이 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정부가 77년도에도 범국민적인 소비절약 운동을 통해 3천5백96억원 상당의 각종 물자를 절약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 하겠다.
정부는 이같은 절약목포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10% 절약시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폐물자를 적극 활용하며 가정과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의 예산절감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라 한다.
특히 금년부터는 절약운동을 새마을운동과 연결하여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산업계 및 사회·부녀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로 근검절약 생활을 정착화 시킴으로써 국민의 의식구조 자체를 개선시켜 보자는 것이 정부의 의도인 것 같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에도 이 운동을 통해 당초 목표액을 5·8%나 상회하는, 4천3백86억원 상당의 물자절약 실적을 거둔일이 있다.
이 실적중에는 특히 수입물자의 절약을 통한 2억7천2백만「달러」의 외화까지 포함되고 있어 이점에서도 이 운동의 의의는 자못 큰 것으로 평가된다.
금년 목표 중에도 약 2억5천만「달러」 상당의 외화절약이 포함된 것은 올바른 시책방향의 설정이라고 하겠다.
우리가 아무리 땀흘려 수출을 늘리고 많은 외화를 벌어들인다 해도 물자를 아끼지 않고 많은 외화를 소비성 물자 수입에 사용한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명약관화하다고 하겠다.
우리와 같이 부존자원이 빈약한 나라에서는 가급적 불요불급한 물자의 수입은 최대한으로 억제하고 수출과 경제발전에 필요한 원자재만을 수입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첨언의 여지가 없다고 보겠다.
다만 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은 정부가 이 같은 절약운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한다는 명분아래 이제까지 권장사항으로 되어있던 절전·절유·절약 사항 등을 점차 강제 내지는 규제사항으로 전환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운동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에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가하고 벌칙을 강화한다해도 국민이 스스로 한 장의 종이, 한 방울의 기름, 한 순간의 전력이라도 아껴 쓰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은 물론 뜻밖의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짙은 것이다.
우리에게 아쉬운 것은 성냥 한 개비를 아끼기 위해 세 사람 이상이 모이지 않으면 담뱃불을 붙이지 않았다던 종전직후 독일국민들의 절약정신이라고 하겠다.
양복웃도리의 팔꿈치에 가죽을 대서 입는 것을 습관화한 영국국민이나 성냥 한 개비를 아껴 쓰는 독일국민들의 정신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강조해야 할 것은 정부로서도 이 기회에 이제까지의 계수 중심의 실적위주 행정을 지양하고, 좀 더 실효성이 있고 지속성이 있는 계몽활동을 통해 이 운동이 한때의 구호와 계수놀음에 그치지 않고, 이나라 백년대계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꾸준한 추진방법에 유념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절약이 곧 제2의 생산이라는 소박한 신념에서 이 물자절약 운동이 국민생활 속에 정착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당면한 자원난을 극복하고 국력배양의 터전을 더욱 굳게 다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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