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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에「해방」의 장 넣어야"|홍진기 사장, 중국문화학원서 강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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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다음은 문화학원 학위 수여식에서 있은 홍 사장의 기념강연 요지.
『「해방」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민족과 국가의 차원에서 본격적인 정치적 조명을 받게된 개념이다. 두 차례의 대전과 함께 온 민족의 해방과 독립의 노반 속에서 해방은 정치적으로 한민족과 국가가 식민지 상태나 전시적의 점령상태를 벗어나 자유로와 진다는 뜻으로 정기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해방은 아직 그 법리가 형성되어 가는 단순히「있어야 할 법」(de Lege ferenda)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해방이란 새로운 사상을 전통 국제법이 포섭할 수 없었다는데서 그동안 국제적으로 숱한 분쟁이 야기되기도 했다.
한일회담 과정에서 본인이 체험한 이른바「구보다」망언이 바로 그 한 예라 하겠다.
지난 53년10월 제3차 한일회담의 청구권 위원회 석상에서 일본 수석대표「구보다」는 대일 평화조약의 발효 전에 한국이 해방·독립된 것은 국제법 위반이며, 종전후 미군정이 재한 일본인을 맨몸으로 일본에 귀환시킨 것도 거주 자유와 피 점령지 주민의 사유재산 비몰수란 전시 국제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의 주장을 폈던 것이다.
이는 본인이 그 자리에서 반박했다시피 해방이란 새로운 사상과 무조건항복으로 끝난 제2차대전의 전후 처리 과정에서 변화를 겪고 있는 국제법의 새로운 추세를 바로 보지 못한 망발임이 분명하다. 과거 폭력에 기초를 둔 식민 통치나 적국의 점령 상태가 불법임을 전제로, 이에서 벗어나 정상상태를 회복한다는 해방의 참 뜻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 모두 해방이란 새로운 정상을 기존 국제법이 법 개념으로 포섭하기 어려웠던 현실과 법의 저어에서 비롯된 모순인 것이다.
이에 본인은 해방이란 새로운 정상을 국제법이 적절히 포섭할 수 있도록 전통 국제법에 해방이란 새로운 당의 추가를 제창하는 바이다.
법의 목적이 정의일진대 억압받던 민족과 나라의 해방보다 더한 정의가 과연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이 해방이란 지고의 정의가 국제법의 밖에서 법초월적 정의로 방치되어 있다면 이를 법 내재적 정의로 끌어 올리는 것(Erheben)이야말로 현대 국제정치의 시대적 숙제라 하겠다.
더우기 과거 일제로부터 해방되었고, 또 앞으로 완전한 해방·광복과 통일을 이룩해야 할 한국과 중국 대만 땅의 법률가들에게는 해방의 법체계를 성숙시켜야 할 남다른 역사적 책임이 지워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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