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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안팎의 시련<국유화의 한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영국과 함께 선진공업국 중 경제 열등생인「이탈리아」도 국영기업의 비능률과 경직성 부패가 경제 피폐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맥 못추는 사기업>
「이탈리아」는 기업 국유화의 폭이 매우 넓다. 「이탈리아」GNP(국민총생산)의 13.5%, 투자 자본의 39.5%, 전체 노동자의 12.5%, 급료 지급액의 21.6%를 국유화한 기업군이 점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4대기업「그룹」중 2개가 국유기업이며 은행의 80%가 국유화되어 있다. 「이탈리아」경제는 정부가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는 단계다. 관념적으로 보면 정부가 이상적으로 기업을 운영하여 기업도 튼튼하고 따라서 경제도 잘 될 것 같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국영기업과 관련있는 극소수의 정치인·관료·경영진은 살이 찌지만「이탈리아」경제는 날로 여위어 가고 있다. 경제적 중병 상태다.
「이탈리아」산업 조직은「이탈리아」적 특성을 안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이탈리아」경제의 치명적 약점이 되고 있다. 우선「이탈리아」의 사기업은 국영기업에 치여 맥을 못춘다. 국영기업의 지나친 비대는 민간기업의 창의와 의욕을 압박하고 있다. 우선 민간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직접 융자를 못 받는다.
「이탈리아」은행의 80%가 국유화 되어있고 정부의 강력한「컨트롤」을 받기 때문에 민간기업보다 정부기간에 융자한다.
기업은 정부기관을 거쳐 돈을 꾸어 쓴다. 그런 과정의 시간적·경제적「로스」는 대단하다. 민간기업이 정부기관을 통해 정부 보조금 형식으로 돈을 빌어쓰는 금융「시스템」은 정부의 권한을 막강하게 하고 이는 자원 배분이 왜곡과 부패를 낳기 쉽다.
국영기업의 비능률과 동맥경화증은 세계 공통적인 것이지만「이탈리아」는 특히 심하다. 국유화된「이탈리아」의 우편 부문의 비능률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잦은 파업에 의해 전보가 1주일, 편지가 1개월씩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만약 민간기업이 그랬으면 망해도 오래 전에 망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탈리아」의 국영기업 근무자는 민간기업보다 봉급 수준도 높고 또 감원 당할 염려도 없다. 국유화 부문의 평균 급여는 민간 부문의 그것 보다 93%나 높고 노동자도 전 노동자의 평균보다 72%정도 많이 받는다. 국유화 부문의 노동자는 경기가 좋건 나쁘건 감원이나 감봉 당할 우려가 없으면서도 생산성은 오히려 낮다. 이런 안이한 경영이 국제 경쟁에서 배겨날 수 없다.

<관권 부패의 요인>
석유파동때「이탈리아」국제수지는 파산 직전에 이르러 선진제국이 긴급 구조에 나섰지만 지금도 사정은 여전하다.
국유화 폭의 확대와 더불어 권력과 결탁한 정치가·관료·은행인·경영인의 기업사물화 경향이 높아져 경제의 활력을 계속 저하시키고 있다. 국영기업의 경영만 엉망으로 만드는게 아니라 사기업의 경영자를 불안하게 하여「이탈리아」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다.
「이탈리아」공산당의 급격한 진출도 국영기업을 둘러싼 부패와 비능률에 국민들이 크게 염증느끼고 실망한데도 큰 원인이 있다.
「이탈리아」경제의 가장 핵심 부문을 정하는 거대한 국유화 부문이 나라의 영양을 빨아먹고 유연성을 상실한 동맥경화증에 걸려있기 때문에「이탈리아」경제가 반신불수의 병상에 있는 것이다.「이탈리아」의 국영 부문의 비능률이 어떻게나 심하던지 사유재산 제도에 반대하는「이탈리아」공산당까지도 무제한적 국유화의 추진을 반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탈리아」공산당은 기업과 역사적 타협을 하여 구주공동 시장을 인정하고 시장경제 체제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이른바 국유화의 한계인 것이다. 「이탈리아」의 실태는 부패하기 쉽고 도덕적 기준이 혼란된 나라에서 국유화의 확대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나타내는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특별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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