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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전협정과 작전지휘권|성병욱<본사 논설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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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자회견 및 박동진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통해「카터」미국 대통령은 4, 5년간에 걸쳐 주한 미 지상군을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카터」가 선거 공약으로 주한미군 철수론을 내놓은 이래 찬반 토론이 분분했던 이 문제는 일단 지상군의 단계적 철수쪽으로 결론이 난 셈이다.
그러나 아직은 지상군을 철수한다는 원칙만 정해졌을 뿐이다.
철수의 범위나 시간표 그리고 보완 조치에 관해 전혀 구체적 계획이 서있지 않다. 모든 구체적 문제가 앞으로의 협의 사항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주한 미 지상군 철수를 앞두고 협의, 해결되어야 할 일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의 하나가 한국군의 작전지휘권 문제다. 현재 한국군의 작전 지휘권은 6·25동난 발발직후인 50년7월14일과 18일에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맥아더」「유엔」군사령관간에 교환된 공한, 이른바「대전협정」에 의해「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되어 있다.
당시 국군의 작전 지휘권이「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된 것은 위급한 상황에서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는 순전히 군사적 목적에서였다.
그렇던 것이 휴전 후에까지 계속되게 된 데는 군사적 측면만이 아닌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 즉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 특히 상당 수준의 미군을 한국에 묶어 두어야 할 우리의 필요와 적은 투자로 한국군을 통제하에 둠으로써 동북아에서 강력한 발언권의 행사가 가능한 미국의 이익이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러한 상태는 자주 독립국가로서 국제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위험부담이 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주한 미 지상군의 주력이 철수된다면 작전 지휘권의 문제는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방침이 주한 미 지상군을 모두 다 철수하겠다는 것인지, 어느 정도 잔류 인원을 두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또 엄밀히 말해 국군의 작전 지휘권은「유엔」군사령관에게 있는 것이지, 미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지휘권이 주한미군 사령관에 의해 행사돼 온 만큼 최소한 미 지상군의 주력이 빠진다면 작전 지휘권도 되돌려 받는 것이 당연하다.
우선 현실적으로도 미 지상군의 주력이 빠져 공군이 주한 미군의 주축이 된다고 하면, 지상군 중심의 한국군을 공군 지휘관이 지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또 주력의 철수로 미군 사령관의 격이나 계급이 지금보다 떨어지면 국군 고위 장성들의 계급 때문에라도 작전 지휘는 거북해 질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작전 지휘권에 대해 어떤식의 조정이 가능할까.
물론 미지상군 철수의 어느 단계에서 작전 지휘권의 조정이 실현되느냐는 한미간의 협의 경과 및 휴전협정의 효력이 걸린「유엔」군사의 앞날에 대한 전망과 무관할 없는 문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미군 철수 과정에서 대전협정이 폐기돼 작전 지휘권이 우리에게 넘어오는 것은 불가피 하리라 판단된다.
다만 작전 지휘권이 회수되더라도 공군을 주축으로 한 주한미군이 잔류하는 이상 작전지휘에 어느 형태로든 미군의 참여와 분담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75년 한미 안보협의회의의 폐막 성명에 나타난「한미 연합군」사령부나 한미 합동사 같은 형태의 조정·협의기구를 예상할 수도 있겠다.
다시 말해 작전 지휘권은 회수하면서 사실상의 행사는 긴밀한 협의를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한미 합동사같은 조정 형식만 갖춰지면 설혹 한반도에서 또다시 분쟁이 발생해 한미 방위조약에 따라 상당수의 미군이 한국에 다시올 경우라도 대전협정식의 새로운 조치가 필요할 까닭은 없다고 본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미군이 투입된 월남전의 경우에도 대전협정식의 작전 지휘권 이양은 없었다. 필요에 따라 작전 지휘의 통합 운영이 있었을 따름이다.
성공적이지 못했던 월남전의 경우를 훌륭한 예랄 수는 없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월남전의 실패를 작전 지휘권 불이양 때문이라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아뭏든 정리가 분명한 것은 주한 미 지상군이 철수하면 대전 협정의 폐기가 불가피하다는 것과, 작전 지휘권이 일단 되돌아온 이장에는 새로운 이양은 고려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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