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률 「17.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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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의사들의 오진문제는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현대의학의 최첨단을 걷고있는 미국에서까지도 의사들의 빈번한 오진사례가 비난을 받고있다는 보도다.
사실, 불가피한 오진은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인체생리구조와 질병사이의 자「메커니즘」이 완전히 역명되기 전에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 있어서의 오진률이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나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의술이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그 귀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대의대 부속병원 냇과의 경우 오진률이 17.2%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72년부터 76년 사이 동 대학병원 냇과에 입원한 환자 1만4천2백14명 중 욋과로 옮겨져 수술을 받은 9백79명을 대상으로 처음 임상진단과 수술진단을 비교 관찰한 결과 진단이 잘못되었던 예가 1백69명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오진률 17.2%는 미국 12%, 일본 14.2%, 「스웨덴」15%, 선진국의 평균 8∼15%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긴 하지만 66∼70년의 29.7%에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국내 의료계가 이룬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는 것 같아 자랑스럽고 믿음직스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재 우리 나라 의학수준으로 보아 오진률 17.2%가 과연 의사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당대의 명의로서 만인의 존경을 받던 한 의사가 일생을 몸담아온 욋과대학을 뗘나면서 그의 오진률이 33∼247%였다고 솔직이 고백, 세인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있다. 일본 동경대 의대교수였던 오기나까 박사의 얘기다.
『최선을 다했지만 신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높은 오진률에 대안 그의 변이었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 때문에 그는 일반인들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그처럼 떳떳하게 고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오진률을 발표한 이문호 박사 「팀」이 지적했듯이 진단에 필요한 각종 검사를 충분히 못했거나(20.6%), 현대의학 수준으로 어쩔 수 없었던 경우(14.2%)보다 환자의 증상이나 검사 결과가 진단에 충분할 경도로 나왔지만 의사자신의 소홀로 오진한 예가 압도적(50.9%)으로 많았다지 않은가.
더우기 증상 및 추후의 판단「미스」(7.7%)보다 환자를 신중하게 재 진찰하지 않고 처음 진단만으로 만족해하거나(13.5%), 선입관을 갖고 환자를 대한 경우(8.3%)가 오진의 중요한 원인으로 판명된 사실을 간과할 수가 없다.
물론 손이 모자라 밀려드는 환자를 일일이, 그리고 충분하게 진찰하지 못하거나 시설과 장비가 부족해서, 또 의사로서 미숙한데 오진의 원인이 있기도 할 것이다. 이같은 요인은 현행 의료전달 「시스템」의 개선이라든지 의사에 대한 정기적인 보수교육 실시 등 제도적인 장치로써 얼마든지 제거가 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되지 앉는다.
문제는 역시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성실한 태도라고 하겠다.
우리사회에 상당히 만연되고 있는 의사에 대한 불신풍조도 어쩌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 듯한 의사상의 반영인지 모른다.
누가 뭐라 해도 의술은 인술이어야 한다. 최신장비나 고도의 의학지식과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인간 생명에 대한 외경과 높은 윤리의식이야말로 의술의 요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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