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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분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세계적 해양 분할경쟁은 바야흐로 우리에게 막연한 연구 검토가 아닌 행동을 촉구하는 단계에 왔다. 때문에 28일에 첫 회의를 연 정부의 해양법 대책위원회의 임무는 막중하다.
지난 4년간 「유엔」 해양법회의에서는 해양에 관한 전반문제가 논란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가 당면한 초미의 문제는 영해와 경제수역에 관한 것이다.
영해 12해리와 경제수역 2백해리 개념은 이미 세계적인 「컨센서스」가 이뤄진데다 미·소 등 강대국들의 일방적 선언으로 기정 사실화한 형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타국의 관할 수역 확장에 어떻게 적응하고, 또 우리의 관할 수역을 언제 어떻게 정하느냐 하는 문제뿐이다.
그 동안 우리는 안보·경제적 배려에서 관할 수역 확장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제도 이제는 한계에 부닥쳤다.
우리의 원양어선이 출어하고 있는 수역의 대부분이 연안국의 일방적 선언으로 연안국의 경제수역화 했을 뿐더러, 일본마저도 12해리 영해선언 결정에 이어 2백해리 경제수역선포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처지에서는 영해와 경제수역의 선포를 늦추려해야 더 늦추기가 어렵다. 그 중에서도 영해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우리 나라는 여태껏 공식적인 영해선언 없이 3해리 영해를 관행상 인정해왔다. 정부는 52년 인접 20∼2백해리에 걸친 통칭 「평화선」이란 해양주권선언을 했지만, 엄격한 의미의 영해선언은 아니었다.
일본의 12해리 영해선포 결정으로 소·중공·북괴에 이어 우리주변은 모두 12해리 영해 제도를 채택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12해리 영해를 선포한다 해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다만 정치적으로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을 뿐이다.
우선 다른 나라 군함의 대한해협 통항과 관련된 문제다. 당장은 일본이 대한해협에서는 3해리 영해를 부분 적용한다는 방침이어서 문제가 심각하지 않으나 일본이 전반적으로 12해리 영해를 적용하게 될 경우, 최단거리 23·2해리인 대한해협은 모두 한국과 일본의 영해로 흡수된다. 이 경우, 소련군함의 이 해협통과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또 지난 73년 12월 이미 북괴가 그들의 관할해역이라고 강변한 적이 있는 서해 5도 주변해역을 싸고 언제고 분규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는 양측이 명시적으로 섬의 관할권에 대해 합의한 휴전협정 제2조 13항과, 섬에도 그 나름의 영해가 인정된다는 원칙에 의해 해결될 일이지만, 북괴의 고질적인 비합리성이 기본적으로 곤란한 점이다.
영해에 비해 2백해리 경제수역의 문제는 더욱 간단치 않다. 지리적으로 일본 및 중공과 인접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경제수역 선포는 이들과 복잡한 경계 획정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 경우, 중공과는 외교관계가 없어 문제해결이 막연하고, 일본과도 독도의 영유권문제와 한·일 어업협정의 전면 개정 등 복잡한 문제를 자아낼 것이다.
그러나 연·근해 어업자원의 보호와 당장 연근해 어획고의 1할에 해당하는 연간 12만t의 어획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제수역의 선포를 마냥 늦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제수역문제와 관련해 새삼스러운 것은 52년에 평화선을 선포한 선구적 통찰이다.
해상의 자유항행은 인정하면서 해중·해상·해저의 모든 자원에 대한, 관할권을 선언한 것은 지금의 경제수역과 대륙붕의 법리를 포괄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경제수역을 선포한다면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평화선 법리의 연장선이라고도 할만하다.
아무튼 기선을 잡은 52년의 평화선 선포와 70년의 대륙붕 선언은 우리의 국익수호에 적지 않게 기여한 바 있다. 영해와 경제수역문제에 대해서도 해양법 대책위가 사려 깊으면서도 신속한 결론으로 실기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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