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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복전 경제」 시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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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 경기는 미국보다 훨씬 늦게 기지개를 펼 전망이다. 아직도 정체「터널」에서 못 빠져 나오고 있다. 물가는 어느 정도 안정되었으나 설비투자와 개인 소비가 여전히 움츠린 상태다. 작년 12월 중순 기업 도산은 1천 6백 85건으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연말 대목이 낀 12월의 전국 백화점 판매액은 7천 6백억「엥」으로 1년 전에 비해 6·8%가 늘었을 뿐이다.
76년 중의 백화점 판매 증가율은 8·1%선에 머물러 15년 내의 최저를 기록했다. 경기전망에 대한 불안 때문에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소비의 정체를 반영, 광공업 제품 재고도 76년 7월 이후 연속 5개월 증가를 보이고있다. 기업의 가동율 지수는 오르지 않고 설비투자도 주저하고 있다. 고용사정은 여전히 나빠 유효구인배율은 0·58에 머무르고 완전실업자가 1백만명 선에 달하고있다.
기업들은 저속성장에 대비, 「마킷·셰어」의 확대보다 수익률의 증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 정체 때문에 「후꾸다」정권은 77년도 예산을 경기 자극형으로 편성했다. 77년도에 소비자 물가를 7·7%(도매는 5·4%)로 안정시키면서 실질성장율 6·7%를 달성한다는 목표아래 내수 확대를 통한 경기상승을 도모한 것이다.
이제까지 일본의 경기를 뒷받침 해 온 것은 수출호조였다. 76년에도 국제수지「베이스」 로 수출 6백 60억「달러」 수입 5백 61억「달러」로 99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대미 흑자만 해도 50억「달러」선이 넘는다. 「유럽」시장도 마구 휩쓸었다. 일본의 집중호우식 수출증가는 구미로부터 심한 반발을 받고있다.
EEC에선 수출을 자율규제하지 않으면 일방적 수입제한조처도 불사하겠으니 오는 3월까지 무역불균형의 시정방안을 제시토록 시한부 통고를 했다. 「카터」 정부도 일본이 수입증대를 통해 세계경기자극에 앞장서도록 강력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때문에 「후꾸다」정권은 수출둔화의 주름을 내수확대로 흡수, 인근궁핍화 없는 경기상승을 도모한다는데 경제운용의 기본방향을 두고 있다. 수입도 늘릴 계획이다. 77년 일본 예산안은 적자재정에 의한 공공투자의 확대를 골격으로 하고있다.
이른바 유수정책이다. 공공사업을 먼저 일으킴으로써 민간경기를 자극하여 오는 4∼6월께 엔 「정체터널」로부터 탈출, 하반기부턴 다시 상승궤도에 진입시킨다는 것이다. 77년 일본의 일반회계규모는 28조 5천억「엥」으로 76년보다 17·4%가 늘었으나 공공사업은 21·4%가 증가됐다.
공공사업의 증가는, 경기회복의 뇌관역할을 감세를 통한 개인 소비신장보다 공공사업 수주를 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후꾸다」 수상의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때문에 감세는 경제계의 1조「엥」 요청에도 불구하고 소득세 3천 5백 30억「엥」 주민세 7백 91억「엥」 도합 4천 3백 20억「엥」에 그쳐 이른바 물가조정 감세로 끝나고 말았다.
일본 기획청과 대장성에선 77년 예산에서 늘어난 공공사업비를 서둘러 효율적으로 집행하면 작년말의 「보너스」증가·주택자금의 추가방출·미국 경기상승 등에 가세되어 오는 봄부턴 다시 경기가 상승국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계에선 경기전망에 자신을 못 갖고 있다. 일본의 GNP가 2백조「엥」을 넘는데 재정의 힘으로 경기상승에 시동을 걸기도 힘들뿐 아니라 경기타격을 줄만큼 예산이 적극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상승의 궤도를 잡으려면 철강과 전력·자동차를 주력으로 한 설비투자가 일어나야 하는데 수출에 대한 타율적 「브레이크」 보혁백중의 정치불안, 기업수입 저하, 수급「갭」의 확대 때문에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확대의 의욕을 보이지 않으므로 경기회복은 78년에 가서나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확실히 기업의 투자의욕은 많이 위축되어 주요업종의 설비투자는 전년비 7%정도에 그칠 예상이다.
작년 말의 7개항 경기대책과 금년예산의 공공투자로 오는 봄께에 경기가 고개를 들더라도 민간 설비투자의 증가로 연결되지 않으면 경기는 단명에 그치고 말 것이므로 기업가에게 경기 전망에 대한 확신을 주고 기업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형편이다.
대부분의 연구기관에선 금년 일본 성장률은 작년보다 높은 6·5∼7%선으로 잡고 있다. 일본 경제의 저력으로 보아 앞으로의 지속성장을 낙관하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 전망은 조선·석유정제·해운이 불황, 전자·가전이 호황, 「시멘트」·백화점이 약간호조, 철강·비철금속·공작기계·석유 화학 등이 평년수준, 합섬·면방이 상반기의 불황에서 하반기엔 약간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금년경기는 작년 하반기의 심한 정체에서 약간 벗어나겠지만 왕성한 호황궤도는 어려우며 업종별로는 심한 명암을 보일 전망이다. <최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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