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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입국자의 천국 아랍토후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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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태헤란=이근량 통신원】밀입국자가 본토인보다도 많다는 천일야화도 중동이 아니면 찾기 힘들다. 「페르샤」만이 인접해있는 「아랍」토후국 연합(UAE)이 바로 그런 밀입국자의 천국으로 통한다. 인구 불과 35만명뿐인 「아랍」토후국이 매년 1백 25억「달러」(한화 약 6조 2천 5백억원)씩 쏟아지는 「오일·달러」를 건설부문에 투자하려면 어차피 불법체류 외국인을 눈감아주지 않을 수 없지만 밀입국자가 본토인보다도 많다면 문제는 다르다.
일에 관한 한 손끝하나 까딱하기 싫어하는 자국민이며 여기에 아무리 일자리가 많고 임금 수준이 좋다해도 여름한때 섭씨 50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날씨 때문에 구미계 사람들이 찾아올리 없어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파키스탄」의 「바루치」족이나 「파탄」족, 아니면 인도 「케랄란」족의 밀입국자로 생각하면 된다. 다른 나라의 밀입국자라면 비행기나 자동차로 이동하는 게 상례겠지만 이들은 자국연안의 어촌으로부터 거룻배를 타고 돈벌이를 찾아 헤매는 결사대.
수도인 「아부다비」의 명동 「하마드·빈·함단」가엔 밤만 되면 잠자리를 찾는 밀입국자로 아우성이다. 일정한 숙소와 가정이 없는데다가 모랫바람이 심하고 8월의 기후가 살인적이라 해도 한 2년쯤의 고생으로 상점이나 농토, 또는 아리따운 신부를 구할 수 있는 자금이 손쉽게 마련되니 이들의 외국생활은 그래도 고무적이다.
그렇다고 밀입국자가 되는 길이 결코 간단한 것은 아니다. 일단 입국에 성공하면 정부측이 눈감아 주지만 그래도 체통 탓인지 밀입국의 사전방지를 위해 해안경비대가 24시간 활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밀입국을 하려면 「파키스탄」의 어촌에서 거룻배를 타고 2주 동안 죽음의 항해를 거듭, 가장 인적이 드물고 해안선이 험한 「후자이라」에 상륙하는 것이 유일한 밀항 「루트」-. 그리고 모래뿐인 이곳에서부터 「아부다비」·「두바이」·「샤르자」등 산유 토후국으로 가려면 「라스·알·카이마」까지 산을 넘어 북쪽으로 1주일간 걸어야만 하는 고행「코스」아니면 1인당 4백「달러」(20만원)씩 내고 자동차를 전세 내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밀항「루트」가 어렵고 생활 여건마저 말이 아니어서 자국보다 높은 임금의 일자리가 있는 한 「아랍」토후국으로 가는 밀항자의 대열은 끝날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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