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함께 사는 세상 <주정일 숙대 가정대 학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연말에 백화점에 들렀다가 꼴사나운 것을 하나 보았다. 신생아「코너」에서 이른바 수유대 라는 물건을 본 것이다.
마치 화학 실험대의 동정대 같은 장치에다가 젓병을 매달아 아기 머리맡에 세워놓고 젖꼭지가 아기 입에 물리도록만 하여 주면 엄마는 그 동안에 다른 일을 해도 상관없게 만들어진 물건이다. 인간의 비인간화를 조장하기에 알맞은 물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미국에 이런 물건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거기서도 미처 보지 못했던 물건이다.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도 모유 먹이는 운동이 「붐」을 일으켜 너도나도 앞을 다투어 모유를 먹이는 현상이 일고 있고 그것을 자랑으로 삼는 시대가 왔다거늘 우리는 철없이 남이 벗어버린 헌 신을 주워 신기에 바쁜 꼴이 된 셈이니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할로」박사의 원숭이 실험은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은 실험이니 만큼 여기에 소개하고 싶다. 그는 원숭이 새끼들을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키웠다. 실험실에는 철사로 엮어서 만든 대리 엄마 두 마리를 세워 놓았으되 그중 한 마리는 「타월」로 싸 놓았다. 그리고 대리엄마 가슴에는 우유병을 매달아 놓았다.
새끼들은 배가 고프면 아무 엄마에게나 매달려서 젖을 빨아먹었으나 평소에는 감촉이 좋은 「타월」엄마에게만 매달려서 놀았다. 철사 엄마 가슴에서 우유를 먹은 새끼조차도 놀때는 「타월」엄마를 택해서 그에게 비벼대며 놀았다. 그 후 실험실에 무서운 물건을 넣어주었더니 새끼들은 예외 없이 「타월」엄마에게 뛰어가서 매달리곤 했다.
인성학자들의 또 다른 실험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오리 새끼나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어미를 제쳐놓고 사람이나 또는 다른 움직이는 물체를 놓아두니까 새끼들은 열심히 그 물체를 따라다녔다. 13시간만 그 물체를 따라 다닐 기회를 주면 그 후에는 진짜어미가 나타나도 본체도 안 한단다. 그리고 계속 첫 첫번째 정들인 사람이나 물체를 따르게 된다고 한다.
원숭이의 경우도, 오리새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뒷날 동족간의 애무에 관해서는 전혀 무관심 하더란다.
인간의 경우도 원칙에 있어서는 마찬가지가 아니겠느냐고 하는 것이 학자들의 입장이다.
우리사회에도 「낳은정 보다는 기른정이 깊다」는 말이 있다. 처음에 누가 어떻게 길렀느냐하는 것이 한 인간의 소질계발과 인성발달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재론할 여지도 없다.
첫해에 엄마품에서 따뜻한 정을 느끼며 자란 어린이와 모유대에서 흘러나오는 우유를 혼자 누워 빨아먹고 자란 아기 사이에는 인간미에 있어서 천지차가 날 것이다. 만일 수유대 이상 고마운 것이 없다고 느끼며 자란 어린이가 있다면 그가 어찌 인간에게 정을 줄 수 있겠는가.
그런 아기가 커서 가족의식을 느끼고 효로써 부모를 섬기는 일은 아예 기대도 말아야 할 것이다. 자식에게. 버림받고 양노원에서 서글픈 노후를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키워도 무방할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어린이는 성장과정에서 이미 부적응증을 나타낸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내심이 약하고 학습력도 부족하고 인간미가 적으며 사회악을 범하기가 쉽다.
아기는 오관의 자극을 통해서 머리가 발달하지만 첫해에는 특히 피부를 통한 촉감의 만족을 충분히 얻어야만 정상적인 발달을 기 할 수 있다는 것이 믿을 만한 이론이다. 젊은 엄마들의 성공적인 육아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