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영어로, 오바마는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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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 령은 이날 1박2일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기증한 목련 묘목이 26일 단원고 교정에 심어졌다. [사진 경기도교육청]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북한에 보낸 메시지는 단호했다. 특히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한 이틀째인 26일 서울 용산에 있는 한미연합사를 찾아 “우리의 동맹들과 우리의 삶의 방식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면 군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더욱 심한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다.

 주한미군 장병과 가족 1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협박을 하고, 군을 움직이고, 미사일을 쏠 수 있다고 뽐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런 것들은 당신을 강하게 만들어주지도, 안전하게 지켜주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더 강력한 추가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데 이은 또 한 차례의 강력한 경고다.

 박 대통령과 연합사를 함께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도중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박 대통령도 연설에서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이라 (양국 정상이 함께 연합사에 온 것이) 더욱 의미가 크다”며 “확고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로 북한이 감히 도발할 수 없도록 억제력을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영어로 “we go together”라고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에 화답했다.

 양국 정상이 연합사를 함께 찾는 것은 1978년 창설 이래 처음이다. 어느 때보다 한·미 동맹이 공고하다는 사실을 부각하기 위한 일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방명록에 “60년 넘게 한·미 연합군은 공동의 자유를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다”며 “우리의 동맹은 결코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전 안보 관련 고위급 회의를 열어 대북 정책의 핵심은 제재 등 ‘채찍’이란 점을 내부적으로도 명확히 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대북 접근법을 논의하기 위한 전략 회의 결과 ‘지금의 코스를 바꾸는 어떤 대안도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작심하고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배경이다.

 하지만 4차 핵실험 등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지하는 실질적 결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남은 건 북한의 반응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떠난 27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북남관계에서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전면 핵 대결전에 의한 최후의 결산밖에 없다는 우리의 판단과 각오가 백번 옳았고, 의지와 결심을 더욱 확고히 해줄 뿐”이라고 핵 포기 촉구를 일축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한 사실도 공개했다. 핵실험의 손익계산을 마지막으로 따져봤을 수 있기 때문에 군 당국은 주시하고 있다. 평소 ‘강경에는 초강경’이라는 입장을 보여온 북한으로선 한·미 정상의 강력한 메시지에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응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3차 핵실험 직전인 지난해 2월 3일에도 이 회의를 연 뒤 9일 만에 핵실험을 강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단 핵실험을 예고하는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북한이 지난 25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인 관광객 밀러 매슈 토드를 억류했다고 밝힌 것은 일단 북·미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지혜·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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