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감염질환 사망원인 1위 폐렴, 아직도 백신 맞지 않으셨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6면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이명희 회장(왼쪽)이 고혈압·고지혈증 환자인 정월석(59·여)씨에게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한국인의 기대수명(81.4세, 2012년)이 80세를 넘었다. 이 중 유병기간을 제외한 건강수명은 남녀 평균 66세(남 65.2세, 여 66.7세)다. 15년 이상 크고 작은 병마와 싸우며 산다는 얘기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오래 사는 것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됐다. 따라서 질병도 치료보다 예방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 질환 중 특히 폐렴은 사망률이 높지만 백신 하나로 예방이 가능해 예방 우선순위가 높은 질환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18세 이상 성인에게 폐렴구균 질환에 대한 위험성과 폐렴구균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LOVE Family’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폐렴, 국내 사망 6위 … 내성으로 치료 어려워

폐렴은 2012년 국내 사망원인 6위다. 감염 질환 중에서는 사망원인 1위. 증가세도 가파르다. 2003년 인구 10만 명당 5.7명에서 2009년 12.7명으로 치솟은 뒤 2012년에는 20명을 넘어섰다. 10년간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사망률은 높은 반면 치료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폐렴은 항생제 치료가 근간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높은 항생제 내성으로 치료 효과가 낮다. 우리나라 항생제 소비량은 OECD 국가 중 1위.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55%에 달한다. 항생제 오남용은 항생제 내성률로 이어진다. 2010년 기준으로 항생제 내성률은 미국 24%, 유럽 43%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64%에 달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하는 폐렴 환자의 6~15%는 초기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다.

 높은 항생제 내성은 사망률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이명희 회장은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폐렴환자의 사망률은 치료에 반응하는 환자에 비해 7배 높은 수준”이라며 “이 같은 높은 항생제 내성이 폐렴 치료를 어렵게 하는 주 요인”이라고 말했다.

성인 예방접종 필요성 인식 낮아

폐렴 예방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예방은 백신을 접종하면 된다. 백신은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폐렴의 유일한 예방책으로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또 대한감염학회는 2012년 폐렴구균 백신을 여러 백신 중 최우선 권고 등급으로 정한 바 있다.

 효과적인 백신이 2012년에 국내에 도입됐다. 만성질환자 등 성인에게 효과적인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프리베나13)이 그것이다. 단백접합백신은 기존 다당질백신에 비해 항체 형성 정도가 높고 효과 지속기간도 길다. 1회 접종으로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 및 침습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문제는 효과적인 백신이 있음에도 접종률이 낮다는 점이다. 특히 성인에게서 저조하다. 영·유아 위주로 예방접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영·유아의 경우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잘 알려진 데 반해 성인 예방접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실제 국내 영·유아를 대상으로 연간 약 930만 건의 예방접종이 실시되고 있다. 2세 이하 완전접종률은 86.3%에 달한다. 반면에 성인 접종률은 3.4%다. 폐렴 예방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미국(59.7%)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이 76%(2007년)인 것을 감안하면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이 유독 낮다.

 이명희 회장은 “18세 이상 성인 중 위험군에 대해서는 폐렴구균 백신을 1회 접종하는 것이 권고사항”이라며 “백신이 폐렴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고, 비용·효과 면에서 우수해 대부분 국가에서 65세 이상은 모두 1회 접종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노인층 위험도 높아

일반적으로 폐렴은 어린이가 주로 걸리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인에게서도 많이 발생한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층에서는 더 잘 걸리고 위험도도 높다. 게다가 당뇨병·심혈관질환·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만성질환자는 폐렴 발생 위험이 높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폐렴을 비롯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의 위험이 건강한 성인보다 3배 이상 높았다. COPD(만성호흡기성폐질환) 환자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호흡기가 약해 폐렴을 비롯한 폐렴구균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일반인의 3배에 달한다.

 이 회장은 “당뇨병·심혈관질환자 등은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의 후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생애주기별로 예방접종을 챙기고, 정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