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이 본 상반기 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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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산업은행은 올해 국내경기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단기경기관측보고』에서 밝혔다. 1천6백여 중견 광공업체를 대상으로 해서 조사한 이 보고는 올해 2·4분기까지는 적어도 지난해와 비슷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기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고, 또 주요국의 수입제한 조치가 지속되는 등 국내경기에 대한 제약요인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의견을 집약한 결과 이처럼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로 볼 때, 전자·전기 기기·제1차 금속·일반기계등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한편인쇄·출판·유리제품·기타 광물 등 업종은 경기가 어려워 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지만, 조사방법 자체가 기업의 의견을 단순히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정확성을 가졌는지는 보증키 곤란한 것이다.
경기국면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부분적인 호황과 불황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므로 업종별 전망보다는 대국적인 추세를 기업가들이 어떻게 보고 있느냐 하는데 이 조사의 뜻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올해 경기에 관한 업계의 평균적인 견해가 적어도 전년수준의 성장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면, 업계의 올해 경기전망은 대체로 낙관적이라는 뜻이 될 것이다. 정부의 낙관과 업계의 그것에 이처럼 합치될 수 있다면 올해에는 설비투자가 회복될 심리적인 요인은 이미 갖추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무역업계를 비롯한 일부 측에서는 설비확장의 침체 때문에 올해 수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에 대한 지원을 과감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 따라서 이 점을 상기할 때, 심리적인 낙관이 과연 설비투자 확대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인지가 앞으로의 관심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또 무역관계자들은 올해 수출목표 달성을 위해 환율의 현실화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그러한 주장은 광공업 계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잘 조화되지 않는 것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산은의 조사대상 기업들은 현재의 환율을 전제로 해서 설문에 응답했을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기가 매우 호황을 보인 76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았다면, 환율문제를 거론할 필요성이 별로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결과가 되겠기 때문이다.
어떤 관점의 생각이 옳은 것인지는 새해의 경제동향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가늠될 수 있는 것이지만, 적어도 정책을 다루는 당국으로서는 사전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충분히 검토해 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끝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무역의존도가 80%선에 접근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내수회복이나 그 증가만으로 경기를 지탱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국제경제 동향에 대한 명확한 판단 없이 국내경기를 점칠 수는 없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물론 업계 측으로서는 그들 나름대로 해외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각 해외요인을 계산하고서 77년의 경기를 전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전문적인 조사기관이나 정부당국조차도 77년의 세계경제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확실한 전망을 내리기 어려운 현실임을 상기할 때, 업계의 정보가 상대적으로 더 빈약할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는 물론, 정책기관들도 지금은 무엇보다 해외경제 동향에 대한 보다 면밀한 조사를 서둘러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건전한 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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