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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구 의욕 자극엔 성공, 제도 보완 따라야|대학 졸업 논문제 1년의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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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논리적 사고력의 증대』 (인문계), 『문헌 정보 처리 방법의 습득』 (사회계) 『실험 실습을 통한 이론 확인』 (자연계) 등이 금년 각 대학에서 처음 실시된 졸업 논문제의 주요 성과들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각 대학은 4학년에 대한 졸업 사정을 마치고 각 학과별로 졸업 논문제 첫째의 성과와 문젯점·개선 방향 등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졸업 논문 심사에 참가한 대부분의 교수들은 학생들이 논문 작성에 진지하게 임한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고대 교육학과·이중 교수의 말) 그러나 실시 첫해인 만큼 학과마다 수십종의 문젯점이 지적돼 부작용은 물론 이 제도의 존속을 위해서는 대폭적인 개선책이 필요함을 건의하고 있다. 인문·사회·자연 과학 3분야의 졸업 논문 심사 교수로부터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들어본다.

<인문 과학>김여수 교수 (철학·성대)
졸업 논문은 ▲거시적인 면에서 4년간 수학한 전공 분야의 총정리 ▲특히 관심 분야의 구체적 탐구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은 「리포트」가 아닌 논문을 쓴다는 점에서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임하는 자세가 엿보였다. 3, 4월쯤 각 교수의 연구실을 7, 8회장씩 왕래하며 논문 주제 선정에 골몰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학생들의 기대가 지나치게 커서 주제를 좁고 세밀하게 정하지 못하고 『현대 철학의 모순』 『한국의 민족주의』식으로 막연한 주제를 선정하는 흠이 있었다.
이와 함께 논문 작성법의 미숙, 특히 문장력의 부족은 인문 과학 분야에서 크게 보충해야될 부분이다. 독창적이어야 할 논문에서 이미 소개된 타인의 설과 자기 주장을 구분하지 못한 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편 취직 준비와 관련, 마감일에 임박해 작성된 논문 중 졸속 작품이 분명히 많았다. 따라서 졸업 논문을 전원에게 부과하는 것보다 대학원에 진학할 학문에 뜻을 둔 학생, B학점이상 우등 졸업을 원하는 학생에게만 요구하면 더욱 성실한 논문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미 「하버드」대의 경우 우등 제도 (honor's pro-gram)를 적용, 전체 학생의 반수 정도만 논문을 적용, 전체 학생의 반수 정도만 논문을 제출케 하고 있다.
그 결과 2차 대전 이전의 영국을 분석한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왜 영국은 잠잤는가』 같은 유명한 졸업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

<사회 과학>이현재 교수 (경제학·서울대)
이미 배운 경제 이론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를 분석한 학생들의 논문이 가장 많았다. 이 같은 경향은 사회 과학이 응용 학문인 이상 정치·사회학 등의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학사 학위 논문으로서는 우수한 것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공식적인 통제에만 의존, 학생들 스스로가 실제 사회를 조사한 논문은 거의 없었다. 몇 명의 학생은 「필드·워크」를 원하기도 했으나 재정적인 이유로 실시하지 못했던 것 같다. 현재 학생 1인당 2천원의 논문 지도비가 학생들의 논문 계획에 따라 현실화돼야 할 것이다.
원고지 1백50장 정도의 논문이 대부분이었으나 논문이 되기 위해서는 논문 작성법의 교육이 시급했다. 현재 1학년 국사 시간에 논문 작성법이 강의되고 있으나 미흡한 실정이다. 논문 작성법을 별도 강좌로 마련, 실제로 논문 작성 연습을 집중적으로 실시, 잘못된 서술 방식을 시정하는 제도가 바람직스럽다.

<자연과학> 정중현 교수 (물리학·연대)
여름 방학을 이용하거나 일요일도 등교, 실험한 학생들의 논문과 노력을 하지 않은 학생들의 논문과는 차이가 심했다.
그러나 졸업 논문 관계로 교수와 학생이 자주 접촉, 학생들의 개성·인간성 등이 파악돼 진로 지도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
학생들의 실험 실습 결과는 논문은 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냈으면서도 과학적·논리적 서술능력이 부족, 군더더기 같은 말을 남용하는 폐단이 없어야겠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금년 4학년들은 중간 보고서나 중간 발표를 시켜 실제 논문 작성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졸업 논문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①자연 과학 계몽의 최신 서적 확보 ②값비싼 실험재료의 구인난이 해결돼야 하고 ③우수 졸업 논문을 학교 자체에서 우수작으로 높이 평가하는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특히 기본적인 서적은 대학 도서관에 10여권씩 확보, 동시에 여러 학생이 볼 수 있어야 하겠다. 졸업 논문에 관련된 실험 비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꼭 중요한 실험을 못한 경우도 있어 아쉽다. 그러나 이 같은 역경에서도 일부 학생은 비싼 실험 재료를 싼 재료로 대체하는 방법을 고안하거나 개량함으로써 의외의 소득을 거두기도 했다.
일본의 대학은 교수에 따는 연구실 제도가 확립돼 있어 각 연구실의 보조 「스태프」들이 대학생의 실험 실습을 1대 1로 집중 지도, 논문을 작성케 하는 방식의 제도적 보완도 생각해 볼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간결·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력을 기르는 일이다. 문장력의 배양은 대학교 1학년 교양 국어 시간만으로는 될 수 없기 때문에 중·고등학교부터 강조돼야 한다. <임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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