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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예측불능 경기전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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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제 경기예측이란 것이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되어버렸다. 계속 복잡하게 얽혀 가는 경제현상은 현대경제학의 정교한 이론이나 분석수단으로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힘들게 되었다. 처방전을 쓰는 것은 더욱 힘들다. 따라서 77년의 세계경기를 전망한다는 것 자체가 지나친 모험인지 모른다. 내년 경기의 풍속까지 알려는 것은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세계경기의 풍향정도는 짐작해야 수출입의존도 80%에 가까운 한국경제의 방향을 어림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경제지표를 토대로 난기류 속의 77년 세계경제를 더듬어 보다.<편집자주>
금년 세계경기는 어름어름하는 사이에 긴 부황 「터널」에서 벗어나고 이를 깨달았을 땐 다시 부황의 그늘로 접어들고 있었다. 상반기 중엔 낙관론이 만개했다. 「오일·쇼크」후의 오랜 부황에서 탈출, 밝은 호황 권으로 계속 질주하는가 했다. 1·4분기(1∼3월) 중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연율 9%에 달했을 땐 모두들 반신반의했다.
이런 높은 회복 「템포」가 초여름까지 계속되자 밝은 전망으로 오히려 과잉경사 되는 경향을 보였다. 미국경제에서 일기 시작한 온기가 일본·서구로 확산되고 기업들은 재고 투자를 서둘렀다.
덕분에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들도 수출 「붐」을 맞았다. 초여름께엔 각국이 경제전망을 다투어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여름부터 경기회복 「템포」가 숨이 차기 시작했다. 재고조정의 다음단계인 설비투자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미국에선 자동차와 주택투자가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지를 않고 일본에선 개인소비가 여전히 움츠러든 상태였다.
서구에선 서독을 제의하면 「인플레」외 국제수지적자의 수렁에서 허덕이느라고 경기자극책을 쓸 엄두도 못 냈다. 이런 추세가 겨울까지 계속되자 경기 비관론이 다시 음울한 그림자를 팠다. 세계경기의 견인차가 될 미·일·서독의 경기가 제자리걸음이고 정책수단도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더우기 「아랍」산유국들이 석유 값을 대폭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들면서 77년 세계경기가 심한 부황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석유 값은 5%와 10%의 이완인상으로 낙착되어 평균 7∼8%의 인상에 그치게 됐다. 물론 인상 안 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유가인상에 의한 경기의 급락이라는 사태 까진 가지 않아도 된다.
OPEC (석유수출국기구)의「도하」 총회 전까지 질게 드리웠던 77년 부황론이 유가의 소폭인상결정을 분기점으로 차차 회색으로 바뀌고 있다. 77년 세계경기는 부황까진 가지 않을 것이며 미·일·서독이 정책협조만 잘하면 경기상승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론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여러 경기지표에서 명암이 교차되고 있어 누구도 확실한 추세를 잡을 수 없는 형편이다
가장 최근 발표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77년 경제전망은 역내 24개 선진공업국의 평균 실질 성장률이 76년의 5%에서 3.7%로 떨어지고 실업률은 더 높아지며 무역증가율은 금년의 절반인 6%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지난 7월에 발표된 것보다 훨씬 비관적인 것으로 기울어졌다.
OECD는 주요 국의 설비투자침체 등으로 경기회복 「템포」가 예상외로 낮으므로 현재 경기정체의 위기엔 직면하지 않았다 해도「인플레」를 억제하면서 5%이상의 성장을 달성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인플레」 율은 7%선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별 성장률은 미국이 76년의 6.25%에서 77년 4. 50%로, 서독이 5.50%에서 3.50%로 떨어지나, 일본만은 금년과 같은 6%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았다.
이 OECD전망은 석유값 인 상전에 작성된 것으로서 유가인상률을 4∼5%로 보았다. OECD보고서는 미·일·서독 3개국이 경기회복을 선도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확실히 세계경기의 바늘은 이들 3국의 정책방향에 따라 크게 움직인다. 때 마침 미일은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카터」 대통령이나 부전수상은 집권의 부채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경기회복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한계는 있겠지만 새 정권에 의한 새로운 조처는 경기회복의 실마리는 될 수 있다. 요즘과 같이 심리적인 침체 「무드」의 만연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는 상황 아래선 더욱 그렇다.
때문에 내년경기가 금년보다 못하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건망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적 기대도 최근 들어 차차 고개를 들고있다. 한마디로 말해 내년경기는 불투명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최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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