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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빙하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울의 기온이 영하18도5분으로 급강하했다.
겨울에 추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예년보다 3, 4도가 높았다. 그렇던 기온이 갑자기 13도 이상이나 떨어진 것이다. 몸이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불의에 닥치는 것에는 약한 법이다. 서서히 밀려오는 불행을 이겨내는 힘은 있어도 갑자기 들이닥치는 불행의 충격을 견디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추위도 마찬가지다.
인체에는 기온에 대한 적응능력이 있다. 해방직 후 실내의 쾌적온도는 보통 15내지 l6도였다. 그것이 요새는 난방장치 덕으로 20∼22도로 되었다.
지난 4반세기 동안에 우리네 몸이 추위에 그만큼 약해진 것이다. 거년 석유파동으로 기름을 아껴 쓸 때에도 「빌딩」실내의 온도는 18도였다. 그래도 사람들은 춥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번 추위는 다행히 28일부터는 좀 누그러진다고 한다. 그러나 겨울은 길다. 앞으로 무슨 변덕을 동장군이 또 부릴지도 모른다.
특히나 올 겨울은 대양의 흑점활동의 최소기와 겹친다. 이런 때에는 이상기상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이상기상이란 30년에 한번 꼴로 다가오는 평균이탈을 말한다. 지난여름부터 「유럽」은 이상기상의 연속이었다.
이상한 여름 다음에는 이상한 겨울이 오는 게 또 보통이다.
태양의 흑점활동이 최소기인 때는 냉하가 있으면 난동이 따르는 게 보통이었다. 지난해엔 포하였으니까 한동이 있을 만 도하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해 전부터 신빙하기가 다가온다는 경고가 여기 저기서 나왔다. 영국의 BBC방송도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위협』이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하기야 정말로 지구가 냉각되어가고 있는지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세계의 전문가들이 지난 2, 3년 동안 여러 번 회의를 졌지만 아직 결론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북극해의 기상관측 「데이터」만을 보면 북반구는 30년 전부터 한랭 화하고 있다. 실제로 북극해를 뒤덮고 있는 얼음의 면적과 두께는 늘어나고 있다. 또 북극지방의 여름도 1개월이나 짧아지고 있다.
이런 북극의 한랭 화는 위도가 낮은 지방에 파급하기 마련이다. 기상학자의 말로는 앞으로 20년 후가 절정기가 되리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엊그제 갑자기 한파가 기습한 것처럼. 신빙하시대도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다는 것이다. 공연히 학자들이 겁주려고 꾸며댄 얘기만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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