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앰프를 껐더니 야구가 보이네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프로야구장 치어리더가 사라졌다. 앰프도 껐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요란한 한국식 응원 문화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중앙포토]

세월호 침몰사고로 프로야구에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시끄러운 응원을 자제하기 위해 각 구장은 앰프(증폭기)를 껐다.

 앰프가 꺼지자 경기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선수의 기합 소리, 심판의 외침, 타구음 등 그라운드의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은 “최근 잠실구장에 갔는데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더라”고 호평했다. 이순철 SBS SPORTS 해설위원은 “프로야구에 다양한 팬들이 생겨났다. 응원단이 주도하지 않아도 경기에 집중하면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구단 주도의 응원이 이뤄졌다. 개막전부터 ‘미녀 응원단’이라고 이름 붙은 치어리더가 등장했고, 응원단장이 마이크를 잡고 팬들을 리드했다. 정금조 KBO 운영육성부장은 “원년에 생긴 응원문화가 지역 정서와 결합해 한국 프로야구의 특색을 만들었다. 단체 응원은 관중 동원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자기 반성도 있었다. 구단이 경쟁적으로 앰프 볼륨을 높이자 선수들이 불만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1990년대 포스트시즌에선 KBO가 나서 앰프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2001시즌 후 단장회의에서 ‘치어리더와 앰프가 없는 야구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최종준 당시 LG 단장은 “단체응원이 프로야구에 기여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편안하게 야구를 즐기려는 가족 단위의 팬들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단장의 제안으로 몇몇 팀은 응원단을 외야로 옮기는 등 변화를 시도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정금조 부장은 “20년 넘게 만들어진 각 팀의 고유문화를 인위적으로 바꾸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앰프 소리는 날로 커졌다. 요즘에는 단상 옆에 3대 이상의 대형 앰프를 설치해 응원가 반주를 크게 튼다. 그와 비례해 팬들의 함성도 커졌다. 함성과 앰프소리가 합쳐지면 최고 115㏈에 이른다. 비행기 이착륙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소음이 장시간 지속되면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청각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앰프를 몰아내는 건 쉽지 않다. 본부석 다음으로 빨리 팔리는 입장권이 응원단상 주변 좌석이다. 쿵쾅거리는 앰프 소리로 스트레스를 푸는 팬도 많다. 특히 프로야구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젊은 여성들이 단체응원을 좋아한다.

 이도형 KBO 육성위원은 “팬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면 앰프 사용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앰프소리에 맞춰 열광하는 팬들의 소리가 선수들에게도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 위원장은 “앰프와 치어리더 응원을 외야에서 하는 것이 괜찮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올해 대전과 마산 등 일부 구장에서는 응원단상을 외야로 옮겼다.

◆LG, 5연패 탈출=LG가 김기태 감독 사퇴 발표 뒤 2경기 만에 승리, 5연패에서 벗어났다. LG는 잠실 KIA전 8회 말 2사 만루에서 이진영이 결승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3-2로 이겼다. 마무리 봉중근은 9회 초 1사 1루에서 등판해 팀 승리를 지켰다. 삼성은 넥센을 14-2로 꺾고 5연승을 달렸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6이닝 8피안타·2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한 두산은 NC를 15-5로 꺾었다.

미국·일본 야구 응원은 …

120년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를 가진 미국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즐긴다. 맥주나 햄버거를 먹다가 박수 치고 야유하는 게 그들의 문화다. 홈 팀이 찬스를 잡았을 때 장내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음악에 맞춰 구호를 외친다. 팀만의 고유한 응원이 없는 건 아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토마호크 찹(Tomahawk Chop)’이 대표적이다. 인디언 음악 소리에 맞춰 도끼 모양 응원도구를 내려 찍듯이 흔든다. 롯데의 ‘신문지 응원’처럼 손수건을 흔드는 팀들도 있다. ‘세븐스 이닝 스트레치(Seventh-inning stretch)’는 미국과 캐나다 야구장의 독특한 풍경이다. 관객들이 7회 초가 끝난 뒤 행운을 상징하는 7회 말 홈팀의 득점을 기대하며 ‘나를 야구장에 데려가 주오’를 합창하며 몸을 푼다.

 일본은 외야석에 브라스 밴드(금관악기가 주도하는 악대)를 동원해 조직적인 응원을 펼치지만 한국만큼 요란하지 않다. 내야 관중은 대체로 조용하게 야구를 즐긴다. 밴드의 연주가 끝나면 다같이 “간바레(힘내라)!”를 외친다. 요란한 소리를 내는 막대 풍선을 공중으로 날리는 이벤트도 있다. 풍선 날리기는 1984년 히로시마가 시작했다. 85년 한신이 우승을 차지할 때 고시엔 구장에서 풍선 날리기를 한 뒤 널리 퍼졌다.

김원 기자

◆프로야구 전적(25일)

▶LG 3-2 KIA ▶삼성 14-2 넥센

▶두산 15-5 NC ▶SK 7-6 롯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