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외환 보유 목표액 37억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77년도 외환 수급 계획을 마련, 곧 확정시킬 예정으로 있다. 외환 보유고를 77년말에 37억「달러」로 늘려 올해의 28억「달러」보다 9억「달러」를 더 늘리겠다는 이 계획은 국제수지 계획이 아니라 지급 「베이스」의 외환 수지 계획이므로 한국 경제의 대외 거래가 건전화되고 있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는 반드시 적절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외환 수급 계획은 대외 지불 능력을 평가하는데 쓰이는 자료이므로 그 증감 원인이야 어떠하든 외환 보유고가 늘어난다면 일단 우리의 대외 지급 능력은 크게 개선되는 것이다.
외환 문제가 매우 어려웠던 75년의 경우에 비한다면, 76년의 지급 「베이스」로 본 외환 사정은 매우 호전되었으며 77년에는 더욱 개선될 것이므로 이점 외환 당국의 외환 관리 능력은 크게 향상된 것이라고 허가할 수 있다.
그러나 외환 수급의 호전과 국제수지의 호전은 같은 차원에서 논의될 성질의 것이 아니며, 때문에 대외 거래의 궁극적인 호전은 결국 국제수지의 호전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외환 수지의 호전이 국제수지의 호전으로 정착화 하도록 장기적인 대책이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물론 4차 5개년 계획상의 국제수지·계획은 마련되어 있으므로 따로 재무부가 이를 검토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겠으나, 국제수지와 외환 수지가 접근해 가도록 유도하는 실무적인 시책은 재무부가 마련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또 외환 수급 계획은 불가피하게 국내 금융 통화 계획에 반영되는 것이므로 금융 통화 계획과 별개의 것으로 다루는 것은 문젯점이었다. 따라서 외환 수급 계획과 재정 안정 계획은 동시에 발표되는 것이 적절하다. 만일 77년도에 외환 보유고가 9억「달러」나 늘어난다면 4천5백억원 수준의 통화량 증가 요인이 해외 부문에서 창조되는 것이며 그 위에 설비 대금 지원 계획이 이미 확정 시행 단계에 있는 것이다.
이처럼 통화 금융 계획을 단편적으로 쌓아 올려 나가서 그 집계치를 77년도 재정 안정 계획으로 만들자면 통화 금융 계획에 문젯점이 적지 않게 끼어 들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하겠다. 77년의 외환 보유고 증가는 76년보다는 낮은 수준이므로, 올해처럼 해외 부문의 주름살이 국내 금융에 큰 압박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예산상의 재정 적자 요인이 76년의 재정 운영 실적보다는 월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사실을 고려할 때, 77년의 통화 안정 문제가 적지 않게 염려된다.
즉 해외 부문과 재정 부문이 연간 「베이스」로 모두 통화를 창조하게 된다면 민간 부문의 자금 사정은 올해보다도 더 어려워질 공산이 짙어진다는 것이다.
더우기 77년의 물가동향은 원유 가격 인상을 비롯해서 올해 연말을 전후해서 대거 인상을 허가한 제 가격 및 내년부터 인상키로 한 각종 공공요금 등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불안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정세를 참작해 볼 때 해외 부문과 재정 부문이 모두 통화 증발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저축성예금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민간 여신이 크게 압박을 받거나 아니면 통화관리 무리가 생기거나 할 수밖에 없다.
올해의 금융 저축 실적이 기대 이하임을 상기해서 외환 수지 계획과 통화 금융 계획, 그리고 물가 정세 사이의 문제를 연관적으로 깊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