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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정원 조정의 무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7학년도 대입 신입생 입학 정원이 6만5천7백50명으로 확정 발표됐다. 조정 내용을 보면 66개 일반 대학과 초급 대학에서 5천6백75명이 증원된 반면, 6개 교육 대학에서 4백80명이 감축돼 결국 올해보다 5천1백95명이 늘어났다.
또 정원 조정 원칙을 보면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한 영세학과와 국가 인력 수급상 필요한 과학기술계 학과를 중점 증원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서울은 1천4백65명이, 지방은 3천7백30명이 각각 증원됐고, 이중 영세학과는 서울에 1천2백35명, 지방에 3천9백5명이 증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교 당국의 이번 정원 증원 규모는 최근 10년간의 어느 해 보다 크고, 내년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일견 파격적인 증원으로 보이며, 영세학과의 우선 충원도 일단 합리적인 조치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번 조종이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미래상과 관련, 당면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얼마만큼이나 기여할 것인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먼저 늘어난 신입생 정원이 그 규모에 있어서는 비록 금년의 2배라고 하지만 누적돼 온 재수생의 크기로 보나, 각국의 고정 교육 인구 증가 추세로 보나 여전히 크게 부족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지원자의 대학 수용율만 하더라도 내년 수용율이 금년 수준에도 못 미쳐 대학의 문은 오히려 더 좁혀들 수밖에 없게 됐다. 문교 통계에 따르면 대학 진학 희망자에 대한 모집 정원의 비율이 71년에는 33.4%였으나 해마다 줄어 금년에는 23.9%, 내년에는 22.6% 등으로 후퇴 일로를 거듭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때문에 새해에도 대입 예시 지원자 29만2백33명 중 77%에 이르는 22만4천4백여명이 낙방의 고배를 들게 됐고, 이들 가운데 다시 12만명 가량이 재수 대열에 끼게 될 것으로 보여 재수의 악순환 현상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따라서 한국교육개발원이 별도 작성 중인 재수생 대책의 첫째 조건이라 할 수 있는 대폭적인 대학 정원 증원 건의는 사실상 무시된 것이나 다름없다.
다음으로 영세학과 증원에 대한 조처도 교육 투자의 내실화와 대학 운영의 합리화를 위해 바람직한 조치라 할진대 서울 시내 대학의 영세학과에 대한 정원이 너무나도 적었던 것은 이해될 수 없다.
학과당 모집 정원이 40명 미만인 영세학과는 전국에 7백77개학과로 이들 모두 40명선으로 충원할 경우, 9천5백명을 늘릴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의 대학 시설과 교수를 늘리지 않고도 1만명 가량의 정원 증원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들 영세학과 중 서울에는 60%가 넘는 4백50개학과가 집중돼 있고 충원 가능 숫자는 6천6백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충원 내용을 보면 서울에는 1개 대학에 고작 40명 내지 50명씩의 증원에 그쳤다.
이상과 같은 정원 조정 결과는 본란에서 누차 지적한 바와 같이 당국이 고등 실업자의 증산이나 대학 인구의 비대화를 우려하고 수도권 인구 억제책에 위배된다는 등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때문인 듯 하다. 그러나 그 같은 자세가 이제 그 타당성을 인정받기는 곤란한 사정에 있다.
통계상에 나타난 각국의 적령 인구 중 대학생 비율을 보더라도 미국43%, 일본 38.4%, 「프랑스」24%, 영국 19%, 서독이 17%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8%에 불과하다.
또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 정원 증원이 수도권 인구 증가에 미친 영향도는 최근 10년 동안 0.2%에 불과해 무시해도 될 정도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대학 신설은 어렵다 하더라도 정원을 대폭 놀려 영세학과를 충원하고, 야간대학과 계절제대학을 운영하는 등으로 기존 시설의 활용도를 대폭 늘리도록 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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