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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 스토리 부문 장려상 '개미' ③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노을이 하늘에 불게 지고 있었다. 탁자의 시계는 6:30분을 나타내고 있었다. 수지의 아파트에 진섭이 나타나 초인종을 누른다.

딩동-

진섭: “수지씨..접니다 매니저입니다.

진섭이 현관문을 열어 젖히니 문이 열려있다.

“이런 문단속 좀 하시지...”
“수지씨..이제 출발하셔야 합니다.”

진섭은 그녀를 부르면서 이 방 저 방을 찾아다닌다. 수지는 자신의 방에서 소파에 앉아 귀를 면봉으로 파고 있었다.

“수지씨..이제 출발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의 불음에 고개를 돌린 수지의 귀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수지씨!!”

놀란 그가 그녀를 붙잡으며 물었다.

“수지씨 무슨 일이에요..!?”

귀를 움켜지며 그녀가 말한다.

“벌레가 귓속에 들어갔어!!”

그녀는 증오가 끌어 오르는 얼굴로 눈에는 분한 눈물이 맺어 있었다.
매니저는 손전등을 들고 그녀의 귀를 들여다보고 있다. 귀가 클로우즈 업되어 있는 이 장면에서 그녀의 귀는 마치 고목나무의 옹이 같은 느낌을 하고 있다. 불빛으로 비추자 자그마한 벌레가 눈에 띄었다.

수지: 보여..? 보이면 꺼내 !!“
매니저: 예 잠시만..

그녀의 귓속은 그녀가 무언가로 쑤신 듯한 상처로 피로가득차 있었다. 진섭은 핀셋으로 응고된 핏속에 반쯤 범벅이 되어 묻혀있는 벌레의 배 부분을 살짝 잡았다. 그리고 조금씩 뒤로 잡아 당겼다. 벌레는 비속에 뭉쳐 있었지만 아직 살아 있었다. 빠져나오지 않으려고 버둥대는 벌레의 모습은 처음엔 개미처럼 보였지만 주둥이가 돌기처럼 둥글게 말려있는 입 모양은 진섭도 처음 보는 종 이였다.

핀셋을 쭉 잡아 뺐다. 핀셋 끝에는 자그마한 이상하게 생긴 머리의 개미가 핀셋을 물어뜨으려 했다.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관찰하는 매니저의 눈에 그 개미의 턱은 좌우로 회전을 하며 핏셋의 끝을 비비면서 끊으려 하고 있었다. 진섭은 그것을 호기심에 가득찬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수지: 뭐해 죽여!!
매니저: 예..? 잠깐만요.. 이건 저도 처음 보는 곤충인데 어쩌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종이거나 변종일 수도 있어요.

수지는 그의 핀셋을 손으로 쳐서 바닥에 떨어뜨린 뒤 발로 밟아 형태도 없이 찌그러뜨려 버렸다. 그리고 놀라 그의 이름을 부르는 진섭의 뺨을 후려친다.

-짝-

수지: 누구 말에 토를 달아? 내가 죽이라면 죽여 알았어...? 싫으면 빨리 그만두던지..!!“

진섭은 망연자실하게 바닥에 으깨진 곤충의 조각을 모으고 있다. 가장 큰 특징 이였던 머리는 흔적도 없었다. 그로선 중요한 기회가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진섭의 눈엔 조각조각 부서진 벌레가 자시의 몸이 조각난 것처럼 보인다.

차로 돌아온 진섭은 그녀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그녀의 매니저 일을 하게 된 것은 이제 최악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진섭의 독백: 아프고 난 뒤에도 그녀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주위사람들에겐 신경질적이지만 방송에서만큼은 아주 철저하게 가면을 쓰고 임한다. 그리고 벌레를 아주 극도로 혐오 한다는 게 그간 내가 알아낸 그녀에 대한 전부다. 그 옛날 그녀를 좋아했던 난 그녀의 무엇이 그렇게도 좋았던 것일까..?“

지섭은 다시 조금전의 그 개미의 입이 생각난다. 그는 차 운전석을 내리치며 몹시 아까워하며 분노한다. 그리고 보조석을 내리친다 보조석의 물품함이 아래로 열리며 속에 있던 약품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진섭은 그것을 쳐다본다. 오래도록 주시한다.

그녀가 다시 차로 다가왔다.

수지: “집으로 가”
“예..알겠습니다.“

진섭은 여느 때와 같이 무미 건조하게 기계적으로 시동을 걸었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수지는 몹시 피곤한 듯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진섭에게 물었다.

수지: “뭐..좀 먹을 것 없을까..?”

진섭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오렌지를 내민다.

“오렌지가 있는데 드시겠어요?”

그녀가 별다른 말 없이 받아들고 조용히 먹기 시작한다. 그 어떤 작은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백미러로 그녀가 먹고 있다는 것을 보지 않으면 무언가를 먹는 것을 모를 정도다 그녀가 오렌지조각의 귀퉁이부터 조금씩 먹는 모습은 마치 잎사귀를 조금씩 갉아먹는 애벌레처럼 보였다.

이윽고 그녀는 이윽고 천천히 잠에 빠지기 시작한다. 진섭은 백미러로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의 자리 옆 조수석에는 수납함에서 꺼낸 듯한 평시 가지고 다니는 많은 약품이 있었다. 그 중에는 수면제통과 한번 사용한 듯 피스톤이 눌러져 있는 주사기도 보였다. [계속]

스토리 부문 장려상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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