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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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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크고 작은 연주회가 무려 4백여 회나 열렸던 76년의 한국 음악계는 그 어느 해와도 비교할 수 없는 양적인 풍요의 해였다.
문공부가 세계적 수준의 국제 음악제를 목표로 주관하는 『대한민국 음악제가 그 첫번째 막을 올렸고, 한국 작곡가들에게 개방된 유일한 발표 무대인 서울 음악제도 올해로 8회를 기록했다. 「오페라」공연만도 모두 6회. 그러나 이 풍요는 개인 실적 위주의 독주회나 독창회가 중심으로, 대중성에 치우친 가곡·「붐」과 「오페라」 상연 등으로 질적인 빈곤을 면치 못했다는 중론도 없지 않다.
76년에 열린 음악회 중 눈에 띄는 현상의 하나는 귀국 연주회의 「러쉬」. 외국에 생활 근거를 가진 음악인으로는 「바이얼린」의 김영욱·「풀룻」의 김창국, 「피아노」로는 지난 11월 내한 연주회를 가진 「스위스·로망드·오키스트러」와 협연한 백건우씨를 비롯, 한동일·서계령·이청씨 등을 꼽을 수 있다.
귀국 연주회로는 「바이얼린」의 김남윤·서순정·박혜수씨가, 「첼로」의 현민자, 「풀룻」 의 임명진, 「피아노」의 신명원 등이 두드러지고 성악으로는 「소프라노」 김성애·남덕우, 「메조·소프라노」 백남옥, 「테너」 신영조씨 등이 귀국 독창회를 가져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켰다.
올해에는 중견 또는 원로 음악인들의 활약 또한 두드러진다. 서울대 교수를 정년 퇴직한 「피아니스트」 김원복씨가 국향과 「슈만」을 협연했다. 김자경 독창회, 그리고 전봉초씨(서울대 음대 학장)의 「첼로」독주회는 작품의 연주 수준은 차치하고 꾸준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원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견으로는 「피아니스트」 신수정·장혜원·김정규씨의 활약이 눈에 띄고 한국의 두 초연 작곡 작품만으로 독주회를 가진 「첼로」의 나덕성씨도 외국 작품 위주의 기악 연주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선정했다.
성악으로는 「소프라노」 이규도씨의 활약이 여러모로 두드러졌다.
「오페라」는 국립극장이 국내 초연한 「바그너」의 『로엔그린』을 비롯해 총 6편이 공연되었으나 흥행성을 감안, 대중적인 「레퍼터리」선정으로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작곡 부문의 활약은 특히 76년이 두드러진다. 창악회(회장 이남수)·한국작곡가회(회장 이흥렬)가 봄·가을에 회원 작품 발표회를 가진 후 「아시아」작곡가연맹(회장 이성재)도 회원 작품 발표회를 가졌다.
이상의 발표회를 통해 백병동·나인용·김청묵·권용진·오숙자씨 등이 주로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지난 9월 미래 학회 발표회에서 국내에 초연된 「브루」의 작곡자 강석희씨는「베를린」의 「메타뮤직·페스티벌」과 「보스턴」에서 열린 국제 음악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5월에는 『변용』이 「파리 국제 작곡가 제전」에서 2위 입상하는 등 괄목할 만한 작곡 활동을 보였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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