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시장에 또 큰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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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구】17일 하오 7시40분쯤 대구시 중구 대신동115 서문시장 제3지구 1층 2열 동남상회(주인 안팔룡·30·대구시 서구 구이동1141)에서 불이나 1, 2층과 연교상가·옥상가설 점포등 연건편 2천1백24평 6백74개 점포를 모두 태운 뒤 2시간만인 하오9시40분쯤 불길이 잡혔다. 그러나 화염은 9시간이 지난 18일 상오 5시까지 계속 타올랐다.
상인들은 불이 나기 1시간40분전인 하오6시부터 점포 문을 닫기 시작, 하오6시30분쯤부터 는 상가는 모두 철시한채 경비원들만 지키고 있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피해액을 5억6천1백만원으로 집계했으나 상인들은 연말연시의 대목경기를 노려 점포마다 상품을 가득 쌓아뒀기 때문에 30억원 이상의 피해를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불이 1층 2열의 기성복「센터」·돗자리·철물·경금속 등 잡화점이 밀집된 곳에서 일어났고 지난해 화재이후 이곳에서 3∼4차례 방화 혐의가 짙은 작은 불이 일어난점 등으로 보험금을 노린 방화가 아닌가도 보고 수사를 펴고 있다.
이번 불로 잿더미가 된 서문시장 제3지구의 연교 상가 86개 점포와 2층 옥상 56개 가설 점포는 지난해 11월20일 제4지구 화재 때 피해를 본 점포들로 20일 준공되는 제5지구로 옮기게 돼 있었으나 이전 3일을 앞두고 또다시 재난을 당했다. 서문시장의 화재는 해방이후 1억원이 넘는 대 화재를 10번씩 겪어 시장화재의 기록을 세웠다.

<신고 출동>
불이 나자 순찰중이던 경비원 장종호씨(32)가 치솟는 불길을 보고 서문시장 소방 파출소에 신고, 청원 소방관 20여명이 달려가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는 불길을 잡지 못했다.
불이 난지 5분만에 대구시내 전 소방차량 22대 한미 군부대 소방차·고가사다리 차 11대 등과 소방관 1백40명·경찰관 1백여명 등 모두 1천3백명이 동원됐으나 1층 상가「셔터」가 모두 내려져 있어 안으로 타 들어가는 불길을 바라볼 뿐「셔터」를 부수느라 진화작업은 더욱 늦어졌다.
불을 처음 본 경비원 장씨에 따르면 하오 6시30분쯤 근무교대를 한뒤 1시간쯤 순찰하던 중 1층에서『불이야』하는 소리가 나 달려가 보니 돗자리 등을 파는 동남상회에서 불길이 치솟아 즉시 시장 소방대에 신고했다는 것.

<진화 작업>
화재 현장에는 인화성이 강한 섬유류 제품과 피복류 등이 쌓여있어 불길이 삽시간에 옆 과 위층으로 번진데다 화재소식을 듣고 달려온 상인 1천여명이 점포로 뛰어들어 상품을 꺼내는 등 소동을 벌여 좁은 소방도로가 아예 막히는 등 소방차량 통행에 큰 지장을 주기도 했다. 더구나 상인들이「셔터」를 내리고 귀가한 뒤여서 불이 타오르는 지점에 소방「호스」를 들이댈 수조차 없는데다 소화전 43개도 화재 현장과 이웃 상가에서 들어낸 상품속에 파묻혀 소방관들이 소화전을 찾는데 큰 불편을 겪었다.
불이 난지 1시간후인 하오 8시40분쯤 불길은 더욱 거세어져 건물 전체가 벌겋게 달아올라 제4지구로 이어진 길이 8m·너비5m의 연교 상가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때 공군부대 소방관들이 포말 분무기를 사용,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으나 2층에서 마구 떨어지는 불덩이와 열기로 제3지구는 마치 연옥을 방불케 해 접근하치 못한채 다른 곳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는데 그쳤다.
시장에는 자동경보기 등 소방시설이 있었으나 소화전 외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화인>
경찰은 화재원인을 조사중이나 18일 상오 10시까지 건물에서 내뿜는 열기로 현장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소방 당국이 지난 4일 전기시설 점검결과 이상이 없었다는 통보에 따라 전기 누전으로는 볼수 없고 화재 발생시간이 초저녁이어서 실화로도 볼수 없다고 추정, 방화가 아닌가보고 대구 경찰서 대신 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설치, 동남상회 주인 안씨와 경비원 장씨 등 6명을 연행, 조사중이다.
경찰은 또 발화지점인 동남상회에서 연탄 화덕을 피워 왔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나 주인 안씨는 17일 하오7시쯤 연탄불이 완전히 꺼진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대책>
불탄 제3지구 건물은 제일화재 보험에 2억4천3백만원의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며 상인들은 개인별로 1백만원에서 최고1천5백만원까지의 보험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구시는 17일 하오10시 제3지구 화재 대책본부를 서문시장 관리 사무실에 설치, 대구지방 국세청·한국은행 대구기점·소방서장·보험회사 측·상인대표들이 모여 사후수습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시장 내력>
서문시장은 l913년 자연시장으로 형성해 9년만인 1922년9공설시장 허가를 얻어 그동안 제1,2,3,4지구 연건평 1만2천14평에 4천3백98개 점포가 들어선「매머드」시장으로 발전. 경북 지방의 상권을 쥐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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