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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년의 경제… 계획과 실적의 차이-원점의 금융 자율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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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비 변태 지출 회오리>
금융계는 96명에 대한 인사 조치와 보수 삭감을 76년도 새해 선물로 받았다.
지난해 여름 금융기관의 경비 변태 지출을 조사한 감사원은 지난1월6일 총4백35건 20억7천2백만원을 부정으로 판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 및 변상 조치를 시달했다.
이어 재무부는 1월부터 금융기관의 급여 체제를 연공 가봉제로 전면 개편, 각종 상여금과 보조 수당을 말끔히 없애는 동시에 「보너스」를 연4백%이내로 국한시켰다.
금융 부조리 일소 작업·한독 맥주 부정 융자 사건·11명의 대규모 은행장 인사·한은법 개정안 시비·종합 한도거래제 실시·금리 인상 등 올해는 금융계에 있어 가장 바빴던 한 해로 손꼽힌다.
금융기관의 체질개선 작업은 은행 감독원에 금융 개선 지도실이 신설돼 「골프」회원권 처분, 섭외성 경비의 대폭 절감, 창구 부조리 척결 등 경비 지출에 관련된 분야부터 손을 댔다.
그래서 연초부터 은행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창구 사고는 H은행 S지점의 경우처럼 조직화되는 역효과를 빚었고 이직자는 급증.
은행원의 「엑서더스」-이직은 올해 전체 행원의 1할인 2천명 선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 노조는 5개 시은 및 산은·중소기은·국민은 등 8개 은행에서 8월말 현재 1천42명(5.6%)이 이직한 것으로 집계했다.
금융 부조리의 큰 덩어리는 여신 대상자와 은행 업무 경영에 관련된 분야에 있는 것.
9월 1일 한독 맥주와 그 모 회사인 삼기 물산은 주식을 위조, 3개 시중은행과 6개 지방은행으로부터 거액 대출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사장 이준석씨 등 3명이 구속됐다. 대출 총액은 금융 대출이 71억6천6백만원, 지급 보증 52억9천1백만원으로 모두 1백24억5천3백만원.
이 사건으로 윤승두 서울 신탁은행장, 심원택 조흥은행장, 최주한 전북 은행장, 유제국 경기은행장 등이 물러나고 은행원 33명이 해임됐다.
그러나 부실 대출에 대한 모든 책임이 은행에만 돌려질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직1할… 2천여명>
악성 대출과 대손을 막기 위해 7월부터 계열 기업 5백1개사 및 30억원 이상 대출한 6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된 종합 한도거래제도 그런 점에서 의심을 받았다.
더군다나 주거래 은행이 차주 기업의 업황과 금융 거래 상황을 파악, 숨통을 쥐게 되면 경우에 따라 은행의 경직화된 관료적 경영 체계가 자유스러워야 할 민간 기업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법 개정안은 『금융의 중립성·자율성의 한계』에 대한 의문을 가장 뚜렷하게 부각시킨 「이슈」로서 경제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금융운위의 개편·독립화, 은행 감독원의 분리, 한은에 대한 재무장관의 지시감독권 강화 등 한은 기능의 약화는 그 동안 적어도 법적으로는 인정됐던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법으로까지 장악, 명실공히 금융을 손아귀에 넣고 나아가서는 전 기업을 영향권 안에 두려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연초 금융기관에 대한 올해 목표는 ▲금융기관의 체질개선 및 대형화 추진 ▲금융 기술 및 「서비스」 개선을 통한 대외 경쟁력 강화 ▲금융기관의 해외 활동 증대 및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참여 기회 확대 등이다.
이에 따라 수출입 은행·신용보증기금·금융단 연수원 등이 창설됐다. 반면 5개 시은은 자본금을 투자했으나 대주주인 정부 지분이 포철 주로 지입 돼 재무구조는 오히려 악화됐다. 또 일반 대금 대출과 수출 지원 금융과의 지나친 금리차(연 10%)는 외환「인플레」를 가중시켜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한계에 다다른 중립성>
올해 김용환 재무장관이 강조한 저축 「드라이브」는 은행 저축의 경우 금리 인상에도 불구, 목표액 6천억원은 연말까지 달성될 것 같지 않다. 특히 금리 인상은 저축을 유도하고 자금 수요를 억제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자율에 대해 저축은 거의 무감각하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금융의 국제화는 올해 해외 지점 1개, 해외 사무소 7개가 늘어났고 내년에는 지점5개, 사무소 8개, 주재원 사무소 14개가 내인가 되는 등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나 국제화가 반드시 해외에 점포망을 확충하고 국내적으로 외국 금융기관의 진출을 허용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대외 진출 및 문호 개방에 앞서 우리나라 금융기관을 대형화, 내실화 시켜 경쟁 기반 위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바쁘다 보니 금융 정상화는 원점으로 되돌아간 한해였다고나 할까-.<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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