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미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술계의 76년은 여느 다른 해보다 유독 움직임과 화제가 많은 1년이었다. 일반 미술 애호 「붐」이 높아져서 지난봄의 전시회들이 첫날에 매진을 기록하는가 하면 가을엔 대조적으로 평가가 떨어져 몇몇 화랑의 도산에까지 몰고 갔다. 풍성했던 전시회의 특징으로는 해외 장기 체류자의 귀국전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장발·김창렬·한묵·이종혁·이응로·문신씨 등 10년 안팎 미·불에 머무르던 화가들이 다투어 돌아와 작품을 선보였다. 이들은 유행적인 조류를 쫓기보다 자신의 「스타일」을 꾸준히 지켜 온 자세로써 국내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되었고 공전의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두번째 두드러진 점은 여류들의 활동이 착실했다는 것. 홍정희·방혜자·이자경·김원숙·심경자·최욱경·정연희·천명자씨 등 재외·국내의 여류들이 나름의 자기 색채를 보여줬다.
세째로는 침체했던 동양 화단이 지난봄부터 다소 활기를 되찾는 기미를 보였다는 것이다. 거기 큰 역할을 한 전시회로는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기획한 동양화 대전을 비롯, 중견작가 21인전, 김기창·성재휴·안동숙·김동수전 등이 꼽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정신을 동양화에 담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 것이다.
이렇게 다난했던 지난 한해의 문제 작가를 선정하려 했을 때 그러나 그 관점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 수 없었다. 선정을 의뢰한 5명의 평론가에게서 지적된 이름은 거의가 실험적인 현대 회화 계열의 작가들이었다. 『전통적인 것에 도전하고 외화의 세계를 넓혀 간다는 점에서 동양화나 구상 서양화는 좀 뒤질 수밖에 없었다』는 평론가들의 설명이다. 그리고 잠시 귀국전을 가졌던 재외 화가들은 추천 대상에서 제외했다.
5명의 평론가가 「76년에 가장 문제가 됐던 작가」를 보는 관점은 일치되기보다는 상반되는 점이 많았다. 2명의 평론가에게서 선택된 사람은 윤형근 이두식 김구림 황용엽씨의 네 사람이었다. 임영방씨는 조각에 최종태, 동양화 심경자, 서양화 부문에 하동철씨를 추천했다. 유근준씨는 『미술이라면 으례 회화·조각을 먼저 생각하지만 「디자인」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조영제 김교만 원대정씨를 추천했다.
두 평론가의 추천을 얻으면서 우선 순위가 가장 높았던 윤형근씨는 실험 미술 계열에선 최근 몇년 단단한 지반을 다져 온 셈. 그의 그림은 『실험적이면서도 전통의 숨길을 느끼게 한다』는 평을 들었다.
이두식씨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섬세한 연필화를 지난 가을에 개인전으로 발표했다. 인간의 무의식을 화면에 끌어냈다고 하는 그의 작품들은 독특한 형식과 진지한 자세로 해서 화제를 모았었다.
전위적인 입체작품·유화「과쉬」화·판화·「비디오」등 다양한 작품 세계를 갖고 있는 김구림씨는 국내보다도 외국에서 잘 알려진 편. 지난해 판화와 「과쉬」전, 유화와 입체 작품전 등 두 차례의 전시회를 가졌었다. 그는 자신의 뚜렷한 화론을 갖고 있는 드문 화가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황용엽씨도 2번 개인전을 열었다. 수년 전부터 계속해 온 인간 「시리즈」의 3, 4회 전시회. 단색조의 화면과의 기호화한 선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꾸준히 구축해 왔다』는 평을 듣는다.
추천 범위인 3명안에는 들지 않았으나 정관모·표승현·정문현·김인중·이우환·박서보·이승작씨들도 지난해에 활동이 활발했던 것으로 평론가들에 의해 거론됐었다. <지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