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수익률 99% … 빛나는 강소 펀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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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증권사나 은행 지점에 가서 펀드 추천을 부탁하면 규모가 큰 펀드를 주로 권한다. 많은 투자자가 선택한 만큼 성과가 검증돼 있고 상대적으로 실패할 위험이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기가 없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라는 편견을 접으면 꽤 괜찮은 ‘흙 속의 진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함께 운용 순자산 100억원 미만의 펀드를 살펴보니 덩치는 작아도 수익률만큼은 대형 인기 펀드에 뒤지지 않은 ‘강소(强小) 펀드’들이 있었다.

 국내 주식형 중에선 소형 운용사들의 특색 있는 펀드가 눈에 띈다. 5년 수익률이 99%인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업종일등퇴직연금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2006년 설정 이후 성장성이 있는 업종 대표주를 골라 장기 투자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투자 철학을 지키기 위해 매니저의 성과를 평가할 때도 장기 성과를 우선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피닉스턴어라운드’ 펀드도 같은 기간 72%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중소형 운용사이다 보니 빛을 보지 못했다. 해외 주식형 중에선 동남아와 미국 펀드가 선전하고 있다. 최근 5년 수익률 기준으로 상위 10위 안에 동남아 펀드가 4개, 미국 펀드가 3개였다. 동남아 증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양적완화 축소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조정을 겪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높은 수익을 냈다.

 소비재 펀드도 꾸준한 성과를 냈다. 프라다·로레알 같은 명품 기업에 투자하는 ‘우리글로벌럭셔리’와 ‘한국투자럭셔리’ 펀드는 각각 5년 수익률이 151%와 133%를 기록했다. 불황 속에서도 이들 펀드가 수익을 낸 이유는 뭘까. 한국투신운용 이정숙 주식운용본부 차장은 “명품은 경기를 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력한 경쟁자가 없는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불황에도 매출이 크게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유독 인기가 없는 대만 펀드도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운용 순자산 10억원인 ‘맥쿼리타이완’ 펀드는 연초 이후 7.34%의 수익을 올렸다. 최근 5년간 수익률은 110%가 넘는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투자하는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의 메나(MENA)펀드도 올해 들어 수익률 15.85%로 순항 중이다. 메나 지역은 증시 규모가 작은데다 교류가 거의 없어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지역이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메나 펀드는 2개뿐이다.

 특정 분야에 투자하는 섹터 펀드 중에선 인프라 펀드가 돋보였다. 연초 이후 8.45%의 수익을 낸 신한BNP파리바운용의 ‘Tops글로벌인프라’ 펀드는 5년 수익률 역시 79%로 준수한 편이다. 이 회사 주형준 글로벌투자솔루션본부 팀장은 “2009년 이후 업황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배당 성향이 높은 인프라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펀드에 투자할 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동양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덩치가 작은 펀드 중엔 특정 국가나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가 많아 변동성이 그만큼 크다”며 “전체 자산의 10~20% 정도만 배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설정액 50억원 미만 펀드는 중간에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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