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 대통령, 새마을 지도자와 국수 들며 환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은 8일 낮 경제기획원 장관실에서 새마을 지도자 박재명씨(38·강원도 삼척군 노곡면 여삼리76)와 김월연씨(32·충북 보은군 내북면 산성리23), 그리고 부녀지도자 진금련·서화석씨 및 관계 장관 등과 함께 국수로 점심을 들며 1시간 남짓 최근 농촌 살림 형편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다음 박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
▲박 대통령=(박재명씨에게)산삼씨를 받아 재배하는 장뇌로 1천2백만원의 소득을 올렸다는데 그 재배 방법은 보통 인삼 재배와 다릅니까.
▲박씨=깊은 산중 숲이 많고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심는 건 10∼20년 동안 둡니다.
▲박 대통령=며칠전에 강원도에서 수백년 묵은 산삼을 캤다는데 흑 여삼리에서 사 온 것은 아닙니까(폭소). (김종응 보은 군수에게)작년 9월 청주와 보은·상주를 연결하는 국도 포장을 마쳤는데 도로가 이 지방 발전과 농가 소득에 어떤 효과를 가져 왔나요.
▲김 군수=우리 고장 농산물 출하가 이 도로에 의해 거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유통 구조 개선에 큰 힘이 되고 있읍니다.
▲박 대통령=(서화석씨에게)잣미 마을 부녀회 기금은 얼마나 됩니까.
▲서씨=1백20만원입니다.
▲박 대통령=여삼리 부녀회 기금은요.
▲진금련씨=2백60만원입니다.
▲박 대통령=대개 새마을운동에 성공한 부락은 새마을 부녀회의 여성 지도자들이 열심히 일해서 성공한 부락이 많습니다. (박씨에게)여성의 힘이 새마을운동에 큰 힘이 되지요.
▲박씨=여자들이 밤늦게까지 밭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 남자들이 태만할 수 없기 때문에 부녀 회원들이 열심히 일하면 따라서 부락 사람들 모두가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박 대통령=여성들이 주는 심리적 영향은 큰 것입니다. 체력이 약한 부녀자들이 힘들여 일하는데 남자들이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지요. 남녀가 협력해서 가정을 꾸미고 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인 것 같습니다. 여삼리나 산성리의 80년대 소득 전망은 어떻습니까.
▲김씨=81년에는 적어도 2백만원이 될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정부가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내거는 것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인데 마을에서도 몇 년 후의 목표를 설정해서 협력해 나가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니 그렇게 해보도록 하시지요. 농가 소득과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저축과 생활 개선 어느 쪽에 더 관심을 갖게 됩니까.
▲박씨=전기가 들어오기 전에는 돈을 모으는데 열중했는데 전기가 들어오고 난 뒤부터는 「텔리비젼」과 냉장고를 사는 등 생활 개선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됩니다.
▲박 대통령=주택 개량에 대한 관심은 어떻습니까.
▲박씨=농촌 시범 주택이 5동 섰는데 1백49만원 소득이면 그 정도의 집을 지을 능력이 되어 모두들 원하고 있읍니다.
▲박 대통령=아까 보고를 들으니 인구문제는 대단히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읍니다. 전통적으로 「목에 거미줄 칠리 없고 저 먹을 것은 타고난다」는 사고방식이 있는데 이러한 사고방식부터 고쳐 나가야 할것입니다. 농촌 추곡 수매에 대해서 농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읍니까.
▲김·박씨=수매 가격이 좋아 농촌에서 모두 고마워하고 있읍니다.
▲박 대통령=도지사들 얘기를 들으니 농민들이 쌀을 더 수매해 주기를 바란다지요. 금년 쌀 수매량 6백만섬은 다 수매했읍니까.
▲최각규 농수산장관=6일 현재 금년 추곡 수매량 6백만섬을 다 사고 명년도 분을 앞당겨 수매하고 있읍니다.
▲박 대통령=수매 가격은 높을수록 좋겠지만 금년도 추곡 수매 가격은 농민들에게 흡족하지는 않을지라도 섭섭하지 않은 가격입니다. 수매 가격을 올리면 수매량이 그만큼 줄어들 테니 적절한 값으로 많이 사주는 것이 농민들에게 이익이 되지요.
대화가 끝난 뒤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대통령 문장이 새겨진 손목 시계 하나씩을 선물, 『더욱 열심히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