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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팔 때 양도 약정 있으면 가재 도구는 매수인 소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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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파트」 등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부설 가구와 전기 제품 등의 양도에 관한 명확한 약정을 하지 않아 뒤늦게 매도인과 매수인간에 법정 시비를 벌이는 경우가 잦다.
서울 형사지법 항소 11부 (재판장 이재후 판사)는 8일 「아파트」를 팔면서 약속을 어기고 환풍기와 「개스·레인지」대를 떼어갔다하여 매수자로부터 피소된 주매 피고인 (47·침술사·서울 마포구 용강동 494의 371)에게 권리 행사 방해죄를 적용, 벌금 2만원을 선고했다.
지난 3년 동안 5번의 재판을 받는 등 번거로움을 치르다가 끝내는 2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주씨는 아직도 판결 이유를 승복할 수 없다는 표정.
서대문에서 침술원을 경영하고 있는 주씨는 74년5월30일 마포구 용강동 용강 시범 「아파트」 371호 (18명)를 2백70만원에 오정애씨 (27)에게 팔기로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에는 『조리대·「샹들리에」·전기 기구 일체를 양도하고 간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매수자인 오씨가 그해 6월15일 잔금을 지불하고 이사와 보니 싯가 1만5천원의 환풍기와 싯가 1만원의 「개스·레인지」대를 주씨가 뜯어 가고 없더라는 것.
오씨는 주씨에게 찾아가 뜯어간 물건을 계약대로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주씨는 『내 물건을 내가 가져왔다』며 인도를 거부해 싸움은 법정으로 번졌다.
오씨의 고소를 접수한 검찰이 주씨를 벌금 5만원에 약식 기소하자 주씨는 약식 명령에 불복, 74년11월15일 정식 재판을 서울 형사지법에 청구했다.
주씨의 주장은 당초 오씨에게 양도하기로 계약한 조리대는 「싱크」대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스·레인지」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으며 환풍기는 「소키트」를 꽂아 사용하기는 하지만 「샹들리에」 등 전등류와는 다른 것이라는 것.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주씨의 권리 행사 방해죄가 인정된다고 판시, 모두 벌금 5만원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 환송하기는 했지만 『원심 재판부나 「개스·레인지」대를 「개스·레인지」로 잘못 기재, 판단했다』는 것이 이유.
대법원으로부터 사건을 환송 받은 서울 형사지법 항소 11부가 다시 『주씨가 물건을 뜯어간 행위는 남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 유죄 판결을 내리자 주씨는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아무리 법이 냉정하다고 하지만 내 물건을 내가 뜯어온 것이 무엇이 나쁘냐』는 것이 주씨의 푸념. 이 사건을 지켜본 법원 관계자들은 『애당초 양도 품목을 계약서에 하나하나 명기하는 등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거래 방법을 생활화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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