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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레이트] 험난한 대한야구협회의 사단법인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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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야구협회는 2월 28일 오후, 서울시청 앞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갖고 이날 오전 이사회가 결의하여 상정한 ‘대한야구협회의 사단법인화 추진’에 대하여 많은 의견을 나누었으나 사단법인으로의 전환에 대해 반대의견이 더 많아, 그 결정을 후반기 대의원총회로 연기시켰다. 이렇게 되자 그 동안 주춤했던 대의원총회의 기능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실 대한야구협회가 사단법인화로 전환하는 절차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5∼10인의 이사로 구성된 발기위원회를 발족하고 정관과 규정 등의 초안을 만들면, 대한야구협회의 공식 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가 이를 승인하고, 창립총회를 거쳐 문화관광부에 신청서를 접수하여 등기허가를 받으면 된다.

그렇다면 대한야구협회가 사단법인화가 되면 어떤 이익이 있는가? 우선 금전적인 이익을 들 수 있겠다. 현재 문화관광부는 각 체육 단체들이 자립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면서 사단법인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대한야구협회가 문화관광부에 사단법인으로 설립을 허가 받으면 기본재산으로 10억원 가량을 지원 받을 수 있다. 대한야구협회는 이 돈을 야구발전기금에 포함시킬 계획으로 있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한 이익창출도 가능해진다. 사단법인은 법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수익사업을 펼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감사를 받고, 이사들로부터 대한야구협회 운영의 책임소재를 밝힐 수 있어 더욱 투명한 경영이 가능해 진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잃어왔던 대외적인 신뢰도 회복할 수 있게 되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얻게 된다.

그러나 많은 기존의 대의원들은 각 시도협회의 고유권한 재정립과 관련 시도협회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규정 연구가 미비한 상태에서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면서 사단법인화 추진을 후반기 대의원총회로 연기시켜 버렸다.

대한야구협회의 공식 의결기구는 대의원총회다. 여기서 대한야구협회의 각종 행정에 대한 이사회의 상정안은 물론이고 예산안까지 심의 의결한다. 그리고 회장선임에 대해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대의원들이 얼마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는 지난 2001년 대한야구협회 발전을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하며 정상화를 도모했던, 당시 대내외적으로 그 파워를 인정을 받던 정몽윤 회장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축출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대의원총회의 구성은 중앙대의원 3명, 전국 16개 시도지부와 재일지부,재미지부 그리고 리틀야구연맹을 합쳐 모두 22명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른 단체와는 달리 대한야구협회는 각 시도지부를 대표하는 대의원총회 구성원들이 대구,인천,충남,제주 이 4곳만 회장들이고, 나머지 각 지부는 부회장들이라는 점이다.

각 시도지부의 야구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대부분의 지부 회장들은 배제된 채 부회장들이 대의원으로 활동한다는 게 문제다. 이렇게 되면 뚜렷한 대표성도 없을 뿐더러 권한이 적은데 굳이 사재를 털어 지부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회장도 줄어드는 역효과가 늘어날 것이다.

이렇듯 대한야구협회는 구조조정 등 혁신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은 곧 강력한 권한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고 있는 대의원들의 장악하고 있는 현 상황으로는 대변혁은 험난하기만 하다. .
사실 대의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대폭적인 권한 축소와 더불어 정부로부터 감시를 받는 것이다. 현재 각 지부는 1년에 1000만원씩 일선학교지원금을 받지만 일선학교에 대한 지원은 뒷전이고 이 돈의 대부분은 월급 등 지부운영비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단법인이 되면 지금까지 자기 것처럼 써왔던 돈들에 대한 투명한 감시를 받게 되기에 함부로 쓸 수 없게 된다.

필자랑 친한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한 지방대의원도 “대부분의 대의원들도 대한야구협회가 사단법인화가 되면 여러 가지로 이점이 있기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졌던 강력한 권한과 함께 많은 이권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찬성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이대로는 아니 된다. 자신들만의 이권과 이익을 위해 개혁을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대한야구협회의 중심 세력으로 있는 한 아마야구 발전은 요원(遙遠)할 뿐이다.

신종학 프로야구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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