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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문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76년도 한국예술계의 특징은 무엇이며 어떤 수확을 올렸는가. 그 특징과 수확을 대표할 만한 문제작은 어떤 것인가. 각 분야의 평론가들로부터 이에 관한 의견을 들어 종합하고, 선정된 금년도 대표적 문제작가와의 대성을 곁들여 지난 한해동안 우리 나라의 예술활동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주】
76년도 한국문학의 작품경향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은 시대감각을 추구하는 작가들의 자세가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작품경향은 방법적인 면에서 삶의 치열성을 직설적으로 나타내려는 일단의 작가들과, 이른바 지식인 소설을 표방하면서 현실의 여러 가지 문제를 암시적으로 확산시키려는 일단의 작가들로 구분되지만 그러한 방법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러 작품 속에 나타난 삶, 혹은 현실의 참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전자에 속하는 작가들로는 최일남·이병주·박완서·이정환·김춘복씨 등이 거론되었고, 후자에 속하는 작가들로는 홍성원·이청준·서정인·조세희·윤흥길씨 등이 거론되었다. 금년에 발표된 이들 작가들의 작품들은 제각기 그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을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 가장 뛰어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는가를 가려내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며 뜻 없는 일일수도 있다.
그러나 예컨대 이정환씨의 『샛강』이나 김춘복씨의 『쌈짓골』, 혹은 박완서씨의 『배반의 여름』같은 작품들이 보여주는 현실의 치열한 참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의식을 강하게 느끼게 함에도 불구하고 문학의 본질적 핵심과의 거리감이 드러난다는 것이 여러 비평가들의 견해였다. 따라서 금년의 문제작은 이청준씨의 『황홀한 실종』과 『자서전들 쓰십시다』, 서정인씨의 『가위』, 조세희씨의 『「뫼비우스」의 띠』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그리고 윤흥길씨의 『내일의 경리』 등으로 압축되었다.
이들 작품의 결함은 현실의 모습이 지나치게 작품 속에서 은폐되고 있다는 것이며 그 결과 관념의 유의에 빠져버리고 말 소지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령 이청준씨의 소설들이 품고 있는 「감춰진 현실의 암시적 표출」, 「지식인 소설로서의 문제점 극복」은 앞으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기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특히 『황홀한 실종』은 화해의 통로가 막힌 개인과 상황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정신질서의 비밀을 추적하고 실험한 수작으로 평가되었다.
한편 시에 있어서는 김춘수·박희진·박재삼·김구용씨 등 50전후의 시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가운데 신경림·조태일·이종욱씨 등의 이른바 참여시들이 많은 공감을 주었다.
인간의 여러 가지 진실한 문제들을 다룬 이들의 시는 시의 존재가치를 재확인시켜 주었다는 일부 평론가의 의견이었다. 또한 이시영·장영수·이인해·김광규 등 신인「그룹」의 괄목할만한 활동은 70년대 시단의 다대한 수확이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금년도 한국문단의 「이슈」로는 이른바 70년대 작가들의 저조와 50대 이상 중견·중진작가 시인들의 무게 있는 작품발표, 종래 신문·잡지에 국한됐던 문학활동이 단행본 중심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김동리·서정주씨 등 중진문인들에 의한 평론활동에 대한 비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종래 대부분이 자비 출판이었던 시집들이 일부 출판사에 의해 정상 출간되어 널리 읽혀졌다든가 대개 초판에서 머물렀던 창작집들이 판을 거듭하여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과시했다든가 하는 것이 주목할만하다.

<의견과 선정>
윤병로·김윤식·이선영·김병익·김주연·염무웅·오생근(무순)
문제작의 작가들 <소설> 최일남·이병주·박완서·이정환·김춘복·홍성원·이청준·서정인·조세희·윤흥길 <시> 김춘수·박희진·박재삼·김구용·신경림·조태일·이종욱·이시영·장영수·이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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