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거진J] '김밥=싸다'?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하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그 누가 김밥을 값싼 음식이라 했던가. ‘저렴한 재료로 만든 끼니 때우기용 분식’이라는 김밥에 대한 편견은 이제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가 되었다. 맛, 모양, 건강 3박자를 두루 갖춘 프리미엄 김밥집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

‘한 줄에 천원’이라는 파격가 김밥을 선보인 김밥천국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김밥뿐 아니라 수십 가지에 이르는 메뉴를 10분 안에 뚝딱 만들어내는 주방 아줌마의 능력에선 그 어떤 미슐랭 3스타 셰프가 따라갈 수 있을까 싶은 비범함마저 느껴졌다. 덕분에 김밥천국은 순식간에 동네 상권을 장악했고, 김밥나라, 김밥세상과 같은 아류들을 낳았다.

하지만 ‘단가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폐기 직전의 달걀을 받아다 쓴다’는 점주의 고백이 들리고, ‘몇 년 묵은 중국산 쌀로 밥을 쪄온다더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며, 결국 김밥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에 이르렀다. 이후 사람들은 한입에 쏙 들어가는 팬시한 김밥으로 눈을 돌렸다. 스팸 한 조각에 날치알 올려 돌돌 말고 먹물밥에 오징어 넣어 돌돌 만 스쿨푸드의 ‘마리’ 김밥은 특히 여성들의 무한 애정을 받으며 순식간에 맛있다는 입소문을 탔다. 지금은 체인점이 늘어 배달 김밥 이미지로 바뀌었지만, 초창기 가로수길 매장이 유일했던 시절엔 스쿨푸드 김밥 하나 먹겠다고 그 앞에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인기도 시들해진 요즘, 김밥 트렌드는 완도산 김에 유기농 쌀을 올리고, 숯불고기, 파프리카, 치즈 등의 식재료로 아낌없이 속을 채운 프리미엄 김밥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인기를 감지했는지 몇몇 프리미엄 김밥집은 체인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추세. 그래서 새로운 트렌드의 중심에 선 프리미엄 김밥집을 둘러보았다. 식재료의 원산지를 표기하고, 화학조미료를 배제하고, 다양한 재료로 속을 채운 것이 프리미엄 김밥집의 요건이다.

리김밥
바질을 다져 넣어 조미한 새송이버섯과 네덜란드산 자연 치즈인 에담치즈를 넣어 만든 ‘버섯 파프리카 에담치즈’, 캘리포니아산 호두와 아몬드, 국내산 멸치를 꿀에 버무려 소를 채운 ‘매콤 견과류 더블 치즈’. 이는 프렌치 레스토랑의 메뉴 설명이 아니다.
바로 김밥 이름이다. 작명에서부터 남다른 포스가 느껴지는 이 김밥집은 프리미엄 김밥집의 인기를 선도한 주인공이다. ‘무조건 속을 많이 채우기보다 재료의 조화를 생각한다’는 주인장의 말처럼, 선별한 재료끼리의 마리아주를 고려해 만든 김밥은 하나의 요리만큼이나 맛이 훌륭하다. 원산지는 물론 유통업체까지 표시해두고, 만든 지 4시간이 지난 김밥은 할인 김밥으로 판매하며, 2시간이 더 지나면 폐기 처분하는 등 재료에 대한 자부심 또한 곳곳에서 드러난다.
문의 02·548-5552

킹콩 마더스 김밥
이곳 또한 체인화하려는 프리미엄 김밥집 중 하나다. 홍대 인근에 위치한 본점은 분식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카페 같은 느낌. 탁 트인 2층 통유리 건물에 모노톤과 우드를 활용한 인테리어는 모던하기 그지없고 식기 역시 분식집에서 쓰는 플라스틱이 아닌 도자기다. 김밥도 공간을 닮아 비주얼이 남다르다. 달걀지단을 두른 김밥 위에 어린잎채소와 치즈머스터드소스를 듬뿍 뿌린 ‘리코타치즈 김밥’은 일반 김밥의 1.5배 크기. 모양만 멋을 낸 게 아니라 친환경 무농약 쌀과 무색소 단무지, 지리산 산청에서 만든 천연 식초를 쓰는 등 재료 또한 신경 썼다. 그래서 이름이 킹콩 같은 엄마 마음으로 정성 깃든 음식을 만들겠다는 킹콩 마더스 김밥. 킹콩(고릴라)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포유류 중 가장 모성애가 강하다는 사실은 취재하면서 처음 알았다.
문의 02·3144-1051(홍대점)

킴팝
킴팝은 무려 1만5000원이라는 가격을 자랑하는 김밥으로 화제가 된 곳이다. 그 주인공은 ‘모둠 스페셜 김밥’. 오징어튀김, 닭튀김, 새우튀김, 소불고기, 베이컨 등 들어간 재료를 눈으로 대강 헤아려도 얼추 10가지가 넘는다. 이렇듯 수많은 재료가 들어가다 보니 크기 또한 일반 김밥의 2배에 달한다. 반면 밥알은 몇 개인지 셀 수 있을 만큼 들어가는 양이 적어 탄수화물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한우 불고기 김밥’, ‘새우튀김 김밥’ 등 다른 메뉴들은 스페셜 김밥에서 재료를 덜어낸 것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부담스럽게 배부른 김밥은 싫다는 이들을 위해 구운 닭가슴살과 절인 양파, 사과로 속을 채운 다이어트 김밥도 준비해두었다.
문의 02·541-8899

라킴
무농약 햅쌀에 무항생제 달걀, 한살림에서 구입한 흰 단무지를 넣어 만든 김밥에 국내산 배추와 고춧가루로 직접 담근 김치를 내준다. 밑반찬도 직접 만드니 어떤 메뉴를 주문하든 엄마가 차려준 집밥 못지않다. 대표 메뉴는 채식 김밥인 ‘라킴 김밥.’ 밥의 양을 줄이고 햄이나 어묵 없이 채소로 속을 가득 채운 김밥이라 먹고 나도 부담스럽지 않고 깔끔하다. 채소를 잘게 썰어 넣고 부친 달걀말이와 단무지, 당근만 넣은 ‘계란 김밥도’ 또 하나의 추천 메뉴. 그야말로 달걀 반, 당근 반이라 맛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개인적으로는 담백한 맛이 좋다는 생각. 라면은 요즘 인기라는 풀무원의 튀기지 않은 건조면을 끓여주고 모든 요리에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아 일반 분식집보다 덜 짜고 덜 맵다. 대다수의 재료를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공급받거나 주인이 시장에 들러 매의 눈으로 골라 온다.
문의 02·563-1400

찰스 숯불 김밥
숯불에 직화로 구워 맛있지 않은 게 몇이나 될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의 메뉴는 숯불에 구운 고기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숯불고기를 김밥 곳곳에 넣었으니 맛있는 건 당연지사. 돼지 목살을 식품첨가물이나 인공보존제를 쓰지 않고 천연 재료로 양념해 재워 구운 ‘숯불 김밥’, 고추장소스로 볶은 돼지고기와 청양고추를 넣은 ‘불고추장 김밥’ 등 숯불고기를 넣은 세 가지 메뉴를 갖추었다. 그 외 ‘김치 김밥’, ‘치즈 김밥’ 같은 일반 김밥과 주먹밥을 판매한다. 다른 프리미엄 김밥집이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수제 김밥집인 반면, 찰스 숯불 김밥은 프랜차이즈라 서울과 수도권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
문의 02·334-1692(홍대 본점)

로봇 김밥
현미밥 내는 한식집도 흔치 않은데, 이 분식집에선 현미로 지은 김밥을 싸준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고기와 채소를 듬뿍 넣어 5대 영양소로 균형을 맞췄기에 먹으면 로봇처럼 강해진다’는 의미로 지었다는 이름이 로봇 김밥. 당분, 염분, 지방을 낮췄다는 건강 김밥은 심지어 맛도 좋다. 많은 이들이 최고의 메뉴라 꼽는 생와사비 참치마요 김밥은 다소 느끼할 수 있는 참치 김밥에 고추냉이를 넣어 끝 맛을 개운하게 잡아준다. 햄 대신 수제 소시지를 넣은 ‘독일 소시지 김밥’, 아몬드, 호박씨, 해바라기씨와 같은 견과류와 멸치볶음이 들어 있는 ‘몸에 좋은 아몬드 호두 멸치 김밥’, 늘어나고 있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king 콩고기 건강 한 줄’ 같은 메뉴도 인기다. 그래서 매장도 목동에만 있던 것이 압구정과 이태원, 건대점으로 늘었다.
문의 02·794-9595(이태원점)

글=레몬트리 오영제 기자
사진=정현석(팔팔사진관)
어시스턴트=김유림

[매거진J]는 중앙일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만 제공되는 라이프스타일 전문 섹션입니다. 모바일 구글플레이, 앱스토어에서 '중앙일보'를 다운받은 후 상단 메뉴 바에서 [매거진J]를 누르면 연예, 음식, 여행, 컬처, 패션 등의 최신 라이프스타일 기사들과 흥미로운 사진 뉴스들을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