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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법개정의 여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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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무부가 성안해서 국무회의가 의결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그동안 국회질의에서 제기되었던 여러 문제점이 고려된 내용으로 다시 제시됐다.
새 개정안은 당초원안에 비해 세율인상폭이 크게 수화된 점이 강조될 수 있다. 동시에 농지세·재산세 등 일부 세목의 면세점 인상이 눈에 띈다. 이런 개선은 분명 지난번의 원안에 비하면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농지세의 면세점 인상은 비록 그 폭이 비현실적인 수준이긴 하나 격증한 농촌세금이나 다른 조세와의 형평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잘된 일이다.
그러나 이런 몇 가지 개선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세법개정안의 큰 줄거리는 여전히 너무 높은 국민증세를 전제로 하고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내무부는 총체적인 규모에서 이번 개정안으로 4백25억원의 추가부담만이 생긴다고 하고 있다. 이 숫자가 정확한 세수추계를 전제한 것이라면 그다지 높은 것은 아니다.
올해 지방세수계획 1천8백60억원에 비하면 이는 약 23%의 순증을 의미할 뿐이다. 이는 당초 의도했던 증수율 38%나 기타 국세증가율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내무부의 세수추계를 뒷받침할만한 자료는 아직 제시된 바가 없다. 막연히 세목별 증수예상액만 발표되었을 뿐 구체적인 세목별 지방세내용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새로이 지방세로 넘어온 등록세까지 포함하면 지방세 총 규모는 올해의 수준을 크게 상회할 것이 분명하다.
더욱 석연하지 않은 것은 국민부담증가를 포함하는 세법개정안이 대외비 안건으로 각의에서 의결된 점이다. 국세만 하더라도 장기간의 전문적·기술적 검토를 거치고 각계의 여론을 반영하면서 공개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민간인을 포함한 세제심의 기구가 별도로 구성되어 충분히 협의된 연후에 정부안이 확정된다.
다같이 세법개정을 다루면서 어째서 지방세법만은 엄격하게 보안 조치되고 순전히 관계부처의 판단만을 기초로 정부안이 결정되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전에는 세수규모가 작아서 그랬다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이런 식의 지방세법 운영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국세와의 종합조정제도 확립이 시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가장 많은 논란이 있었던 주민세는 균등할에서 50∼67%, 소득할에서 50%씩 올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소득세에서 해마다「인플레」에 따라 엄청난 초과징수가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주민세 소득할의 부담증가는 지금의 예상을 훨씬 상회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주민세는 균등할과 소득할 모두 더욱 합리적으로 재조정되어야 할 여지가 많다. 도시인구 억제라는 주민세의 명분은 그동안의 실적에서 이미 퇴색된 지 오래이므로 결국은 증세의 편의로만 운영되기 쉽다. 이런 유형의 조세는 경제적 합리성을 주장하기 어려우므로 점진적인 축소가 오히려 바람직하다. 사업소세도 여러 다른 세목과 중복된다.
재산세의 면세점 인상이나, 농지세기초공제액 인상은 유일한 개선이기는 하나 보다 현실성 있게 면세 폭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농지세는 다른 조세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부과되어왔으므로 최소한 소득세기초공제 인상안에 가깝게 현실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회심의과정에서 더욱 정서된 지방세법개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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