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공세 앞선 대오 정비|「바르샤바」 조약기구 수뇌 회담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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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카레스트」에서의 「바르샤바」 조약기구 확대 수뇌 회담을 절정으로 11월 한달 동안 동구권 안에서 소련이 주도해 온 활발한 방문 외교가 일단 매듭지어졌다. 26일 공동 선언문형식으로 발표된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제안, 즉 서방에 대한 ①핵무기 선제 사용 금지 협정 체결 ②북대서양 조약기구와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동시 해체 ③군비 경쟁의 감소와 「데탕트」 확대 등은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이러한 평화 공세는 이번에도 예견돼 오던 문제들이었다.
이번 「바르샤바」 동맹 기구 정상 회담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면 이러한 제안보다 시기적으로 미국·서독의 선거 직후이며 중공 권력 체제의 변화 중에 소집된 동기에 있다하겠다. 또 북대서양 조약기구와는 달리 정례적인 회합이 없던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외상 위원회와 통합 사무국을 신설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이는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종래 통합군사 사무국만 유지, 군사 동맹에 치중해 왔던 사실에 비추어 북대서양 조약기구에 대응하는 군사·정치기구로 발전·강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번 「바르샤바」 수뇌 회담의 목적이 서방 세계의 정치 체제 개편을 틈타 평화 공세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소련의 시도였다는 일반적인 평가에 견주어 이러한 추리는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왜냐하면 소련이 앞으로 대 서방 평화 공세를 벌이기에 앞서 국가간의 경제적인 이해 관계를 조정하는 한편 「유럽」 안보회의·「유럽」 공산당 대회 이후 고개를 들고 있는 동구권내의 자주 노선을 경계, 미리 문단속 해두자는게 소련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부카레스트」 회담에 앞서 「체코」의 「후사크」, 「폴란드」의 「기에레크」가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브레즈네프」가 「유고」「루마니아」를 방문하는 정전 준비 작업이 11월 내내 계속됐다는 사실은 소련이 동구 동맹 체제 강화에 부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하다.
또 대 서방 평화 공세에 치중한 공동 선언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동구권내의 경제 협력 문제도 이번 회담에서 상당한 비중으로 토의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동구 국가 대부분이 대 서방 무역 적자로 채무가 증가, 이의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소련에 원조를 청하고 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 서독과 「프랑스」 방문으로 구체화 될 「브레즈네프」의 대 서방 평화 공세의 발판을 다지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정치·경제적으로 느슨해진 동구 국가간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이를 정례적으로 토의할 것으로 보이는 외상 위원회와 통합 사무국을 신설한 이번 「바르샤바」 정상 회담은 이런 뜻에서 상당히 주목된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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