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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과 바르샤바 정상 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바르샤바」 동맹 7개국의 정상 회담이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정상 회담은 한마디로 미국의 「지미·카터」차기 행정부와 중공의 화국봉 체제를 의식한 전략 회의라는데 그 태도가 있다 하겠다.
금년은 말하자면 동서「데탕트」의 제1막이 끝나고, 제2막이 열리기 직전의 막간과도 같은 시점이다. 이제 해가 바뀌어 l977년이 되면 미국의 「카터」 행정부가 들어서서 동서간에는 새로운 「데탕트」 전략이 펼쳐질 참이다. 미·소간의 전략 무기 재한 협상 (SALT)이나, 동서구 균형 감군 협상 (MBFR)도 새로운 상황 속에서 접근되어야만 할 형편이다.
더군다나 「카터」는 그 선거 공약에서 보다 강경한 미소 협상 자세를 다짐한 바 있다.「크렘린」이 「데탕트」를 악용하여 팽창주의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간다든지 또는 동구 자유인과 유대인들을 계속 괴롭힐 경우엔 미국은 곡물 수출을 중지해서라도 강경히 대처하겠다는 것이 「카터」의 공약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브레즈네프」로서는 그에 대비하기 위해 동구 「블록」의 단합과 공동 전략 입안을 서둘러야만 할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 동안 동구권에는 여러 가지 곤란한 문제들이 속출했었다.
「루마니아」와 「유고슬라비아」는 「크렘린」의 지도권에 공공연히 도전하고 나섰고, 「폴란드」와 동독에서는 노동자와 지식인들이 또다시 공산 체제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헬싱키」 협정에서 규정된 『정보와 인사의 교류』 원칙 때문에 소련과 동구권의 「스탈린」주의적 통제의 벽은 지금 서구로부터의 자유의 물결 앞에 큰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내년 가을의 「베오그라드」 회의에선 다시금 전 「유럽」 국가들의 참석리에 새로이 검토될 예정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동구권의 동요를 우려했음인지 「브레즈네프」는 이번의 「유고」「루마니아」 방문 때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란 말 대신 「상호 존중」이란 회유적인 용어를 사용했다.
만약 「브레즈네프」가 그런 회유책으로 동구의 재 결속에 성공한다면 이번 정상 회담은 내년에 속개될 제2단계 SALT와 균형 감군 협상에 대한 「바르샤바」 동맹의 공동 의사를 책정하는데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균형 감군과 관련해 소련과 「키신저」 미 국무장관은 동구 주둔 소련군 전차 사단을 철수하는 대가로, 미국의 전술 핵탄두 1천개를 서독으로부터 철수한다는 시안을 검토했다는 설이 있으므로 이번 정상 회담에서는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다. 최근 소련은 SSNX18이라는 신형 다탄두 「미사일」의 잠수함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바르샤바」 동맹군의 공격력이 「나토」의 방위력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급속히 증강되었다고 보는 서방측 전략가들의 경고가 바로 그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서방 동맹과 미국은 「크렘린」과 「바르샤바」 동맹이 앞으로 내놓을 군축 안이나 「평화 공세」란 것을 절대로 안이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다.
「크렘린」의 세계 전략은 균형 감군을 통해 서구를 약화시키는 한편으로, 중공을 포위하고, SALT를 통해 미국을 묶어놓음으로써 제3세계로 팽창해 나가겠다는 계략일 것이다.
때문에 새로 발족할 미국의 「카터」 행정부와 서방 동맹은 이번의 「바르샤바」 동맹의 정상 회담을 예의 주시하면서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억지 전략을 신속히 입안할 수 있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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