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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 회사채에 개미들도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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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관투자자의 전용 상품으로 여겨 왔던 우량 회사채에 개인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연 4%…요즘 같은 저금리시대에서 입맛 당기는 수익률이다. 대외 경기 불확실성이 다시 떠오르면서 우량 회사채를 매수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기관투자자의 전용 상품으로 여겨 왔던 우량 회사채에 개인들의 눈길이 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연 5% 이상 고수익 채권에만 관심을 보여 온 것과 달리 올해는 은행 정기예금보다 약간 높은 금리를 주는 우량 회사채에 돈이 몰리고 있다.

 ◆사모 사채 발행 늘어=최근 회사채는 공모 발행 여건이 악화되면서 사모 발행이 늘고 있다. 신용등급 AA급 이상의 우량 기업도 사모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사모사채는 기업이 기관투자자나 특정인 등 일부 투자자들을 개별 접촉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발행시간과 비용이 절약되고, 기업의 주요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고 투자자는 공모사채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원하는 액수를 투자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중 사모사채 발행액은 총 7128억원 수준으로 약 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2851억원 발행에 비해 150.0% 늘었고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12.1%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3월 중 사모사채 발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2.92%로 전월(9.90%)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사모사채 발행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5월(27.61%) 이후 약 1년 만이다. 특히 건설업종이나 대기업 계열사들도 대거 참여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주요 대기업의 사모사채 발행 규모는 ▶호텔롯데(AA+) 1000억원 ▶CJ제일제당(AA) 500억원 ▶대림산업(AA-) 500억원 ▶OCI(AA-) 300억원 ▶LS전선(A+) 400억원 ▶SK증권(A+) 300억원 ▶대림코퍼레이션(A+) 400억원 ▶한화건설(A) 100억원 등이다. 올해 발행된 사모사채 가운데 AA급 이상은 2300억원, A급 이상은 3900억원이다.

 ◆신용등급 따라 양극화=동양그룹 사태 이후 비우량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되자 회사채 시장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수익률을 우선하던 개인투자자들이 동양사태 이후로 신용등급에 더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AA급 이상 회사채의 경우 발행량이 늘고 있는 반면 A급 이하 회사채의 경우 발행량도 줄고 기관투자자들 반응도 냉랭하다. 특히 BBB급 이하의 경우 시장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회사채 발행은 5조원으로, 이 중 AA급 이상 회사채만 지난달보다 15.7% 늘어났다. A급과 BBB급 이하 회사채는 전월 대비 각각 27.5%, 71.6%씩 발행량이 감소했다. 올 들어 2월 말까지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회사채 상위 3개 종목의 신용등급은 모두 안전한 AA등급이다. 연 4.0% 금리를 주는 인천도시공사(신용등급 AA+)와 연 4.1% 금리를 제공하는 칼제11차유동화전문(AA-)으로 두 달 동안 각각 1570억 원과 960억 원어치의 개인 배정물량이 당일 매진됐다. 그러나 기대수익률 연 7~8%짜리 A급 또는 BBB급 회사채는 외면을 당하고 있다. 4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미매각률은 AA급 이상이 6.1%, A급 87.5%, BBB등급 100%를 나타내는 등 A급 이하에서 절대적으로 높은 미매각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1년 가까이 유지되온 2.5%의 기준금리가 인상압력을 받고 있어 우량 회사채 인기는 물가연동국채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리가 오르게 되면 대안 투자로 회사채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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