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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불량 「엔진」과 저질 기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달리는 공해」-매연 차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차량의 홍수 속에서 나날을 보내야하는 대도시 시민들은 매연 차량이 뿜어대는 먹물 같은 연기와 배기 「개스」 때문에 숨통이 막힐 지경이다.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아쉬워하는 시민들의 절박한 요청에는 아랑곳없이 대기 오염의 원흉인 매연 차량은 당국의 단속이 있을 때는 한결 나아지다가도 단속이 뜸해지면 또다시 늘어나 거리를 마구 질주한다. 매연 차량에 대한 검찰권 발동을 계기로 차량 매연의 원인과 대책 등을 「시리즈」로 파헤쳐 본다.
매연 차량은 단속만으로 뿌리를 뽑을 수 있는가? 노후 차량이 매연을 뿜는 원인은 ▲불량 「엔진」 ▲정비 불량 ▲저질유 사용 등 차량 자체의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여기다▲하중 초과 ▲난폭 운전 ▲도로 여건 등 사회·경제적 여건이 서로 겹쳐져 복합성을 띠고있기 때문에 대답은 쉽지 않다.
차량이 대기를 더럽히는 원인은 우선 낡은 「엔진」의 연소 기구 때문이다. 매연과 관계를 갖는 자동차의 「엔진」 부품은 「노즐」 (기름을 뿜어 주는 기관) 「플랜저」 (기름을「노즐」로 보내주는 부품)·「딜리버리」 (기름의 압력을 유지하는 기관). 이들 부품은 자동차 부품 가운데 가장 정밀성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지만 시내 「버스」의 경우 신품으로 갈아넣고 정상 운행을 해도 3개월이 지나면 마모율이 높아 제기능을 발휘치 못한다.
「디젤」을 연료로 쓰는 「버스」의 경우 「엔진」의 「실린더」 내부 기압이 1백50PSI(기압의 단위) 이상일 때만 「노즐」 등 부품이 기름을 뿜어줘야 하는 것. 그러나 노후 부품은 내부 기압이 1백30PSI로 떨어져 기름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도 기름을 멋대로 분사, 과다한 연료를 제대로 연소시키지 못하는데서 시커먼 매연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들 「엔진」의 연소 기구들은 아직도 국산 제조가 어려워 모두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나마 관세 (2백%)가 높아 값이 비싸다. 업계가 내놓은 싯가를 보면 일제의 경우 「노즐」과 「플랜저」가 1개에 각각 4천5백∼7천5백원, 「딜리버리」는 2천∼3천원씩이다. 6기통 「버스」의 경우 1대에 각각 6개씩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들 부품을 모두 새것으로 바꾸자면 공임 5천여원을 포함, 7만5천∼10만원이 소요된다.
운수업자들은 이같은 무거운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신품의 4분의 1 값인 재생품을 사용 할 수밖에 없고 재생품은 시내 「버스」의 경우 1개월도 못가 수명을 다하고도 매연을 내뿜게 된다. 불량 부 품사용을 「체크」하는 당국의 정비 검사 소홀도 매연차를 양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 시내 대부분의 정비 기관들은 「노즐」「플랜저」「딜리버리」 등 부품의 성능에 대한 정밀 측정기나 시험 기구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비 업소에서는 육안으로「체크」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같은 낙후한 정비 기구는 필연적으로 정비를 눈가림 식으로 끝나게 하고 있는 실정. 「엔진」 부품을 아무리 신품으로 갈아넣고 정비를 철저히 한다고 해서 매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교통부의 한 당국자는 『미국의 자동차 공장에서 바로 나온 새차를 들여와도 우리 나라에서는 금방 매연을 내뿜게 돼 있다』고 털어놨다. 유류의 낮은 품질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쿠웨이트」산 원유는 유황 함유량이 2%나 된다. 차량이 내뿜는 「개스」는 기름에 섞여 있는 유황이 타면서 생기는 화합물. 국내 정유 공장들이 탈황 시설을 갖추지 않아 휘발유의 유황 함유량은 미·일 등이 0·05%인데 비해 한국산은 0·25%, 경유는 외국이 0·5%인데 우리 나라는 1%로 높은 실정.
이처럼 낮은 유류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탈황 시설을 갖춰야하나 1개 정유 시설에 이를 갖추려면 2천1백만「달러」의 비용이 들며 또 연간 1천3백만「달러」의 가동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선뜻 갖추기가 어렵다는 것.
또 휘발유의 경우 「옥탄」가를 높이기 위해 「4-에틸-납」을 마구 넣기 때문에 「엔진」에서 연소할 때 납이 분해, 공기 중에 배출되고 있는 것. <정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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