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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씨의 외교상 견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내년 1월 출범할 미국의 「카터」 행정부는 자유 세계의 안보를 과연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선거 운동 기간을 통해 「카터」 후보는 「키신저」 외교의 「도덕적인 결함」이라는 것을 신랄하게 통박하기는 했으나 그 자신의 체계적인 안보 전략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일은 없었다.
지난 15일의 기자 회견 때만 해도 그는 몇가지 단편적인 견해들을 두서없이 밝혔을 따름이다. 가령 「데탕트」를 계속 추구하겠다, SALT교섭을 타결해 나가겠다, 핵 확산을 방지하겠다, 일본과 서구 맹방과의 유대를 강화하겠다, 「아랍」 산유국의 「행패」를 억누르겠다 등등의 말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체계적인 군사·안보 전략으로 간주될 수는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카터」 행정부는 「나토」·인도양·태평양, 그리고 특히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군사 전략을 앞으로 어떻게 조정해 나갈 작정인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아마도 내년 1월20일 이후의 새로운 국방 백서를 기다려야만 들을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가 오기전이라도 한반도 문제에 관해 우리 한국인은 아주 명백한 상황 판단을 한가지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적어도 한반도와 같은 『뇌관이 제거되지 않은 화약고』에서의 군사적 안보 전략에 관한한, 그 뇌관에 불을 당기려는 북괴의 도발을 『힘으로 억제하는 전략』 이외에는 달리 신통한 묘안이 없다는 점이다.
「카터」 진영은 지금 한반도에서 북괴에 의한 또 하나의 남침이 억제되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세계의 군사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르면 그 요체는 오로지 한국군과 주한미군, 그리고 전술 핵무기를 포함한 우리측의 막강한 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만약 주한미 지상군이 줄어든다든지 또는 전술 핵무기가 빠져나간다든지 해서 우리측의 힘에 어떤 변조가 일어날 경우 북괴의 호전성은 즉각 기승을 떨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공의 대소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일본의 군비확장을 촉진시킴으로써 동「아시아」의 안정을 크게 교란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때문에 주한미군의 존재뿐 아니라 전술 핵무기의 존재는 그것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억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핵무기란 원래가 당장 쓰기 위한 것이기에 앞서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의 억지 효과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카터」 측근이라는 「사이러스·반스」나 「리처드·가드너」 같은 사람들의 『미국 「유엔」 협회를 통한 건의』는 우리의 신경을 자극하는 바 적지 않다. 그들의 건의는 물론 「카터」 자신의 견해도 아니요, 반드시 정책화된다는 것도 아니다. 또 그 내용도 「한·일과의 긴밀한 협의」가 없이는 주한미군을 철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전술핵무기를 완전히 철수하라는 이야기도 아니기는 하다.
그러나 앞으로 누가 미국의 방위 전략을 주도하더라도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 구조가 확고히 정착하기 이전에 우리측의 힘을 일방적으로 약화시키는 정책적 우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만 하겠다.
이제 자유 진영의 영도자가 된 「카터」씨와 그 측근들은 절대로 그와 같은 실수를 저지를 사람들이 아닐 것으로 우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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