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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내 몸의 이상을 미리 알자|소화가 잘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자각증상 가운데 가장 흔한 것 서너 가지를 물어 보라면「소화가 잘 안 된 다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옛날부터 먹는 문제가 그토록 중요해서인지 아니면 음식 탓 인진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에겐 소화기계 질환이 유난히 많다.
그래서 제약회사라면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소화제나 위장약을 만들어 판다. 판매되고 있는 위장약의 종류가 우리나라만큼 많은 나라가 있을까.
불고기를 잔뜩 먹고 나서 으레 소화제 한 두 알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까지 합친다면 아마도 소 화에 자신 있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성싶다. 그러나 이런 정도를 병적인 것으로 다룰 수는 없다.
문제는 소 화가 잘 안돼 하루세끼 식사가 오히려 고통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42세의 한「샐러리맨」은 2년 전부터 소화불량으로 고생해 왔다. 밥을 먹고 나면 트림이 잦고 오목가슴 쪽이 항상 무거워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이 오히려 고역이었다. 위장이 나쁘다는 한의사나 만성위염이라는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복용해 보았지만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다.
2년 전 67kg이던 체중이 59kg까지 내려갔다. 안색도 아주 나빠졌다. 좋다는 위장약은 다 먹어 보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어 최근 X선 검사와 위액검사를 받아 보았더니 무 산성 위염으로 나타나 위「카메라」의 조직검사까지 받았다. 놀랍게도 그는 위암을 앓고 있었다.
이렇듯 만성적인 소화불량은 위암의 신호인 때가 드물지 않다.
물론 기능적인 위장장애나 급·만성 위염, 위·십이지장궤양, 장염 등 소화불량이 주요 자각증상으로 나타나는 위장질환은 숱하게 많다.
따라서 막연히 소 화가 잘 안 된다고 해서 무턱대고 소화제나 제산 제·건위제 등을 복용할 것이 아니라 정밀검사로 원인을 규명하도록 해야겠다.
김정룡<의박·서울대의대 내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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