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조원 프라이머리 CBO 발행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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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카드채(신용카드사가 발행한 회사채)의 부실 우려로 마비상태에 빠진 채권시장을 살리기 위해 5조원어치 이상의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 발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프라이머리 CBO는 자체 신용으론 자금 조달이 힘든 기업들의 회사채를 묶은 뒤 별도 보증기관의 지급보증을 더해 새로운 증권으로 만드는 것으로, 이번 카드사들의 대규모 CBO 발행에는 정부 산하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게 된다.

정부는 또 자금난이 심한 카드사들에 대해선 은행들과 연결한 크레디트라인(신용대출한도)도 열어줄 계획이다. 30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주 중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금융시장 안정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지난 17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과 수수료 인상 등 자구노력을 발표했지만 채권시장의 불안과 투신사 환매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추가 대책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업계에선 채권시장 안정기금을 만들어 카드채를 직접 매입해달라는 의견도 있지만, 돈을 넣어야 하는 금융회사.카드사 대주주 등의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운 데다 관치금융 시비도 예상돼 CBO를 통한 간접지원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앞으로 3개월 안에 만기가 돌아올 카드채와 기업어음(CP) 총 11조원어치 중 절반 가량을 프라이머리 CBO에 넣어 재발행할 수 있게 된다.

프라이머리 CBO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신용도가 높아진 우량 선순위채권(90~95%)과 신용도가 낮은 후순위채권으로 다시 쪼개지는데, 후순위채권은 카드사들이 되사들이게 된다. 선순위채권은 AAA급의 투자등급이 되므로 은행.보험.연기금 등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와 투신사의 채권형펀드 환매사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투신운용 백경호 사장은 "카드사들의 대주주 구성과 수익개선 노력에 비추어 카드사들이 쓰러질 위험은 별로 없어 보인다"며 "이번 대책으로 카드채가 돌기 시작하면 투신사들은 펀드 환매에 얼마든지 응해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사장도 "5조원 정도의 지원은 시장을 안정시키기에 충분한 규모로 본다"고 진단했다.

한편 금감원이 지난주 카드사들의 자구계획을 제출받은 결과 증자 규모가 카드사 사장단들이 지난 18일 발표했던 2조원보다 많은 2조3천억~2조4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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