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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괴 개성여객사무소 직원 귀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북괴의 정무원 육군 총국산하 개성시 여객사무소에서 운전사 및 자동차정비공으로 일하던 이홍보씨(43)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자유대한에 귀순, 9일 상오 서울반공연맹 회의실에서 내외기자회견을 갖고 북괴의 전쟁준비 실태, 주민통제상황, 김일성과 김정일의 우상화 책동 등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회견이 끝난 뒤 이씨는 대한적십자사의 주선으로 지난 47년 그가 14세때 헤어졌던 형 이익보씨(62·충남 대덕군 유성읍 거주)를 극적으로 상봉, 겹친 기쁨을 억누르지 못했다.
이익보씨는 월남이후 59년말까지 경찰 공무원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유성온천에서 상업을 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이씨가 귀순한 지난 8월3일 이후 이씨의 진술 등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그의 귀순월남이 자유의사에 의한 의거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의견에서 이씨는 「이익보씨가 47년 자유를 찾아 월남한데다 6·25당시 아버지 이명후씨가 북진한 국군에 협력했다 하여 총살당하는 등 반동가족으로 몰려온 가족이 일상생활에서 차별은 물론 감시를 받아왔다』고 말하고 『비밀리에 대한민국의 방송을 자주 들은 결과 북괴의 선전과는 다르게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알고 귀순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개성시 동현동1반에 부인과 두 아들·동생·삼촌 등 8가족을 남겨두었으나 북괴에서 받는 억압과 차별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생각에서 단신으로 자유를 찾아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랫동안 월남할 기회를 엿보아 왔으나 경계와 감시 속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지난 8월3일 개성지역에 폭우가 내리자 미리 준비해 두었던 자동차 고무「튜브」를 타고 사천강의 물결을 따라 남하, 휴전선을 넘어 김포반도에 상륙했다』고 귀순경위를 밝히고 『이 시간부터 나 자신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모든 자유와 권익을 보장받게 되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북괴의 전쟁준비상황에 대해 언급, 『여객사무소인 내 직장에까지 AK소총, 7.62「밀리」경기관총, 82「밀리」 무반동총 등이 지급되었으며 직원은 인민군과 같은 무기를 갖고 매주 월요일 새벽5시부터 밤9시까지 산악훈련 및 사격훈련 등 전투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북괴는 현재 전쟁준비를 완료, 김일성의 명령만을 기다리는 상태로 휴전선 부근에서의 도발 행위는 남침 구실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씨는 김정일의 우상화 책동에 대해 『현재 북한 주민가운데 「정일」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모두 개명했으며 각 공장·기업소·당원의 집에는 김일성 부자의 사진을 붙여놓고 식사 전에 반드시 꿇어앉아 「김일성 어버이 감사히 먹겠습니다」라는 말을 복창하는 등 가소로운 광경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씨는 북괴가 전쟁비축미용으로 식량절약운동을 강요하고 있어 많은 주민들이 영양부족증에 걸려있다고 말하고 그 예로 간장배급이 모자라 소금물을 타서 먹기 때문에 손발이 까맣게 되고 피부가 벗겨지는 이른바 「빼라그라」환자가 병원마다 만원을 이루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씨는 평북 태천군 원면 안심동74 출생으로 안심인민학교를 졸업, 51년 북괴군에 징집되어 북괴인민군 27연대 등에서 운전병으로 10여년간 복무했으며 제대 후 「시베리아」지역에 징용되어 4년간 강제노동에 혹사당한 뒤 귀국, 개성시 여객사업소에서 운전사와 자동차정비공으로 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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