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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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카터」가 선거인단 표 2백 67표를 얻어놓고는 3시간 동안이나 당선선인 2백 70표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애를 태우던 지난 3일 새벽, 그를 지지하는 민주당의 어떤 정치인은 「카터」의 승리를 이렇게 기원했다. 『「카터」가 이기게 하여주십시오. 그러나 제발 가능한 대로 표 차는 근소하게 하여주십시오.』
이 정치인은 자기가 아는 바로는 「카터」라는 사람이 대승을 거두는 것은 미국을 위해서 불길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칼럼니스트」「에번즈」와 「노바크」가 말했다.
그런 걱정은 「카터」가 당선된 후에 「칼럼니스트」「조지프·크래프트」에게서도 나왔다. 「크래프트」는 대통령당선자에게 거는 일반적인 희망은 그가 취임 후에라도 성숙하기를 바라는 것이지만 「카터」의 경우에는 대통령 자리에 앉아서는 다소 위축되었으면 하는 것이 일반적인 희망이라고 말했다.
「카터」의 당선은 민주당의 승리라기보다는 공화당의 패배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카터」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과 「포드」라는 「닉슨」후계자 가운데서 유권자들은 「포드」를 뽑을 처지가 아니라는 부정적인 동기에서 「카터」를 지지했다는 해석이다. 「카터」는 미지의 사람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당선은 됐지만 그에 대한 불신과 경계는 대통령 자리에 앉은 「카터」를 시험하기 전에는 사라지지 않을 모양이다.
「카터」가 강인한 사람이라는 것은 「카터」의 짧은 정치경력이 설명한다. 그의 연설문작성자 「래트릭·앤더슨」은 그를 『강인한 사람』이라고 말했고, 어머니 「릴리언·카터」도 『그는 한번 하겠다고 하면하고야 마는 성격을 가졌다』고 말했다.
「카터」가 지난 5월에 벌써 빈약한 선거자금에서 15만「달러」를 할애하여 정권인수준비를 지시했다는 사실도 투지를 바랑으로 하는 「카터」의 자신이 얼마나 당돌한가를 증명한다.
그는 선거운동 마지막에 가서 「포드」의 맹렬한 추격을 받으면서도 「포드」의 「닉슨」사면을 공격하라는 권고를 뿌리쳤다. 그는 그런 작전은 대통령이 된 후의 자기의 위신에 흠이 될 것이라고 우겼다.
그런 과잉자신은 제3자들에게는 종종 교만과 분간할 수가 없을 때가 많다. 선거일 밤에 민주당 전국위 의장 「로버트·스트라우스」가 「어틀랜터」의 「카터」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카터」는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 「스트라우스」는 4월 27일 「펜실베이니아」예선에서 「카터」가 이긴 후에도 그를 대통령후보로 승인하지 않으려는 민주당의 원로들을 설득하여, 말하자면 민주당의 결속을 실현시킨 공을 세운 사람이고, 선거에서는 「텍서스」에서의 「카터」의 승리를 가능케 하는데 수훈을 세운 공신이다.
당선이 확실해진 시간에 「스트라우스」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민주당 안에서는 널리 화제가 되어 「카터」경계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카터」를 불신하는 사람들은 그 헤픈 미소가 심상치 않다고 주장한다. 「카터」미소 뒤에 「닉슨」이 잠복하고 있다는 이론은 「카터」당선 후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카터」가 거느리고 있는「조지아」사단은 「카터」와 「닉슨」율 유사하다고 보는 논리의 「유력한 증거」로 제시된다.
「커보」·「프웰」·「워트슨」·「조던」처럼 정치의 초년병들로 구성된 「카터」측근은 「닉슨」을 둘러싸고 있던 「홀드먼」·「엘리크먼」·「지글러」·「채핀」·「뷰캐넌」같은 「근위대」의 부활일지도 모른다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카터」를 옹호하는 층에서는 「닉슨」과 「카터」는 배경부터가 다르다고 지적한다.
「닉슨」의 소년시절은 불행했다.
「닉슨」은 대통령 자리를 사임할 때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인생의 실패작이었던 부친, 인종 하는 모친, 병으로 신음하며 죽어갔던 형제들 사이에서 고통을 받던 과거를 회상했다.
심리학자들은 「닉슨」은 그런 과거 때문에 위기에 처했을 때 신축성을 잃었다고 말한다.
「닉슨」은 비관주의자로서 성공의 정점에서도 실패를 예감했다.
그러나 「카터」는 좌절 속에서조차도 항상 성공을 지향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카터」는 「루스벨트」·「트루먼」·「케네디」같이 실수와 패배를 털고 일어서서 다시 도전하는 적극적인 지도자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승리 직후에 퇴각할 길을 준비하는 「닉슨」과는 대조적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크래프트」는 「카터」의 편협성에서 잠재적인 문제를 예감하는 것 같다.
「카터」는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크래프트」는 지적했다.
거기다가 「카터」는 몇 사람의 측근 보좌관만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크래프트」는 진보파들은 「카터」한테서 권력을 향한 야심과 속임수를 발견하고 그것을 「닉슨」과의 경험에다 결부시킨다.
「크래프트」는 이번 선거에서 「카터」가 「포드」같은 허약한 상대자에게 대승할 기회를 놓치고 남부와 일부 동북지방에서 「지역승리」를 거둔 사실에서 「카터」에 대한 의심은 이유 있는 것임이 증명된다고 말했다.
「카터」는 「어틀랜터」에서의 당선 직후 연설에서 「나의 용기」와 「나의 희망」을 누누이 역설하여 「카터」의 승리를 민주당과 진보파의 승리로 보기를 바라던 민주당 주류와 진보파를 소외시키고 있다.
「카터」가 민주당의 인재들을 얼마나 광범위하게 등용하는가를 두고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그들은 「루스벨트」이래의 민주당의 「대 연립전선」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종말을 고할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한다.
「카터」는 『미국 국민들 같이 선량한 정부의 실현』을 선거구호로 삼았다. 그리고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 국민을 오도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유세를 했다. 그런 「카터」가 취임도 하기 전에 그 인간성을 의심받는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워터게이트」이래의 불신풍조는 그만큼 뿌리깊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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