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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마지막 연습에서 탄탄해진 팀워크 확인했지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기다리고 기다리던 출국일이 드디어 다음 주로 다가왔어요! 지난 한 달 반 동안 쉼 없이 연습했던 우리 ‘팀RGB’의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된 거죠. 이번 주에는 특별히 석규네 집에 모였어요. 국내대회 때 저희 할머니댁에서 사흘 동안 연습했던 것처럼, 긴장을 풀고 좀 더 편안한 분위기로 마무리를 하려는 거였죠. 소파에서 뒹구니 살 것 같더라고요.

홈그라운드에서 다른 모습 보여준 석규

자기 집이라 그런가, 석규도 기분이 좋은 것 같았어요. 저한테 ‘쿠키런’ 딱지를 두 장이나 주지 뭐예요. 거실에 놓인 공부상에는 저랑 똑같은 넷북이 떡 하니 놓여 있었어요. 다른 건 오직 바탕화면뿐이었죠. 지난 시간 내내 ‘똥컴’ ‘똥컴’ 하더니 드디어 ‘득템’ 했구나! 이번 연습은 뭔가 재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실전 연습에서는 먼저, 두 사람이 합을 맞춰 경기를 운용하는 훈련을 했답니다. 저와 태현이, 태현이와 석규, 또 석규와 제가 돌아가며 짝이 되었죠. 캠프 때부터 단짝이었던 저와 태현이는 워낙 합이 딱딱 맞았지만, 솔직히 석규와는 ‘탑 기어(베스트 드라이버)’ 자리를 놓고 으르렁대느라 신경전을 벌이는 날이 더 많았어요. 그런데 오늘은 석규와도 팀워크가 괜찮더라고요. 이거, 쿠키런 딱지 덕분?

자타공인 ‘에이스’인 그 친구에겐 한 가지 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요, 컨디션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오늘은 홈그라운드라선지, 눈에 띄게 짜증을 덜 내더군요. 오죽하면 감독님이 “오, 석규가 사진 찍을 때 화내지 않는구나. 카메라 울렁증을 극복했어! 게다가 웃기까지 하다니, 장족의 발전이야!”라고 칭찬을 하셨을까요. 그러고 보면 저희 모두는, 그동안 저마다 힘든 무언가를 극복해 온 건지도 몰라요. 외골수인 석규는 친구 맺기의 어려움과, 임기응변으로 때우던 저는 고질적인 게으름과, 그리고 태현이는, 어, 태현이는 완벽한데, 너는 뭐랑 싸웠니?

나란히 매달린 스콜피온 모습에 저절로 박수

벡스 아이큐 경기는 팀끼리 서로 경쟁만 해서는 우승할 수 없답니다. 다른 팀과 합심해서 공동으로 점수를 따야 하는 종목도 있거든요. 그 경우 두 팀은 경기장 양쪽에서 각자 점수를 내다, 종료 직전 사이좋게 철봉에 매달려야 해요. 그날 처음 보는 팀과도 누가 먼저 철봉으로 달려갈지, 누가 왼쪽, 누가 오른쪽에 매달릴지 믿고 약속해야 합니다. 철봉이 좁아 잘못하면 로봇 두 대가 부딪치게 되거든요. 먼저 달려간 로봇이 가운데에 혼자 매달리면 다른 로봇은 갈 데가 없게 돼요. 상대편을 믿지 않고 내가 득점하겠다는 욕심을 앞세우면 로봇이 뒤엉켜 부서지고 만답니다. 좁은 동굴 속 박쥐처럼 나란히 매달린 스콜피온들을 보니 저절로 박수가 나왔어요.

그러고 보니, 이건 저희 팀 속사정과도 비슷하네요. 디자인을 결정하고 서로 포지션이 정해지기까진 경쟁했지만, 우리는 결국 한 팀인 걸요. 서로 협력해야만 살 수 있는 공동운명체인 셈이죠. 김연아 선수에게 아사다 선수가 있어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저도 석규와 태현이 덕분에 빨리 구멍 병사를 벗어날 수 있었어요. 이 친구들과 팀을 만들지 않았다면, 초심자인 제가 어떻게 첫술에 세계대회에 나갈 수 있었겠어요. 그 생각을 하니 멤버들이 오늘따라 더 고맙더군요. 우리, 캠프 마지막 날 ‘도원결의’ 맺던 마음을 잊지 말자.

내 명예를 걸고 프로그램 완성할께

이쯤에서 프로그램 배틀의 결과도 알려드려야겠네요. 지난 시간 선전포고대로 석규의 프로그램이 무려 16점을 획득했어요. 큰 공 넣기 8점, 매달리기 8점. 감독님이 “둘이 너무 친해서 훈련이 안 된다”고 저희를 나무라실 때, 태현이 눈에 눈물이 맺히더군요. 드디어 녀석도 싸워야 할 대상을 발견한 겁니다. 바로 유유자적 성격이었죠. 태현이는 진지한 얼굴로 제 스콜피온을 빌려달라고 말했어요. 수석 프로그래머의 명예를 걸고 캐터필러 프로그램을 완성해 오겠다고요. 이러니 저희 팀이 어떻게 발전을 안 할 수가 있겠어요.

참, 깜짝 예고! 이번 주 일요일, 저희는 출국 전 인천공항 라운지에서 놀랄만한 분을 만날 거예요. 바로 데니스 홍 UCLA 교수님! 원래 다음주 월요일에 새 로멜라 연구소를 견학하기로 했었는데,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에 동행하느라 갑작스레 귀국하신 거예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들려드리기로 하고요, 소중 독자 여러분, 채널고정!

김서준 학생기자(NLCS제주 4학년)

1 로봇 두 대가 합동작전 훈련에 성공했다.
2 ‘팀RGB’ 유니폼으로 RGB 컬러 셔츠를 맞춰 입었다. 왼쪽부터 백태현·노석규·김서준군, 로보쌤 이종환.

[로보쌤의 원포인트 레슨] ⑦ 로봇의 ‘시간’ 밀리세컨드

“민준아, 이제 컴퓨터 게임 그만하고 공부해야지?” “엄마, 5분만 더요~”

어떤가요? 너무나 익숙하지요? 컴퓨터 게임을 할 때는 시간이 왜 그리 빨리 가는지, 학교 쉬는 시간은 또 왜 그렇게 짧은지….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것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달라집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쉽게 설명할 때, 상황이나 대상에 따라 시간의 의미가 상대적으로 달라지는 현상을 예로 들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로봇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는 1분을 60초, 1시간은 60분으로 나누고 24시간을 하루로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로봇의 1분은 우리의 1분과 엄청난 차이가 있답니다. 왜냐하면 로봇은 1초를 1000개로 쪼갠 1ms(밀리세컨드)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에요. 즉, 로봇에게 1분은 60초가 아니라 6만ms이 되지요.

벡스 아이큐 로봇은 ‘Robot C’라는 프로그램에, 각 모터의 움직임을 ms단위로 입력해야 해요. 처음에는 팀RGB 멤버들이 로봇의 시간개념과 사람의 시간개념을 혼동해 적절한 수행시간을 설정하지 못했어요. 로봇이 공을 잡거나 넣는 의미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고, 맥이 뚝 끊기는 막춤을 췄죠. 하지만 한 달 반의 훈련 끝에 로봇과 팀원들은 시간개념까지 공유하는 하나가 됐답니다. 무언가를 진짜로 사랑한다는 건, 이렇게 입장을 바꿔 상대의 시간을 이해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이종환 서울 창천초등학교 교사, 사단법인 한국과학발명놀이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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