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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의 최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미·카터」는 대통령후보에 나서면서 자신의 전기를 펴낸 일이 있었다. 「페이퍼·백」으로 된 「포키트·북」. 20만 부를 발간했다고 하는데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 자서전의 제목이 인상적이다. 「와이·낫·더·베스트?』-. 『왜 최선을 다 하지 않는가』라는 자문의 「퀘스천·마크」를 달았다.
이 말은 그에겐 유래가 있었다.
해군장교로 재직할 때 그는 상관에게 무슨 업무보고를 했었다. 자신은 훌륭한 보고였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 보고를 받은 제독은 『와이·낫·더·베스트?』라고 물었다. 「카터」는 이 말이 청천벽력으로 들렸다. 정말 「카터」의 경륜을 살펴보면 하나에서 열까지 최선으로 점철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자신의 표현대로 『1천명 중 1명도 「카터」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없는 백지』에서 그는 22개월만에 대통령이 되었다.
사투리를 쓰는, 명문대학도 나온 일이 없는, 그것도 남부변방주의 지사경력이 전부인, 그렇다고 대 정치인의 후광이 있는 것도 아닌, 농부출신의 한 시골 정치인이 그야말로 자수성가로 대통령이 된 신화를 남겨놓은 것이다.
더구나 「카터」는 정치적인 술수에 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모든 주의 구석구석까지 찾아다니며 자신의 면모를 직접 소개할 만큼 근면과 성실로 일관했다.
그의 78세 노모까지도 「카터」의 선전문구가 새겨진 「T샤쓰」를 입고 선거운동에 나섰다. 그의 부인 「로절린」도 역시 60만 명의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의 오늘은 이런 「최선」의 결과였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에서는 이런 「휴먼·드라머」만으로는 성취를 허용하지 않는다. 「카터」는 선거구호로 『변화를 위한 지도력』을 내세웠다. 이 짧은 한마디는 미국시민의 마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준 것 같다.
「카터」가 추구하는 「변화」란 한마디로 도덕감의 회복이다. 그의 자서전을 보면 도처에 『정직』·『성실』·『공정』·『자유』·『정의』·『용기』·『애국심』·『연민』·『사랑』·『인간의 당위』라는 말들이 나온다.
미국의 시민들은 올해로 독립 2백주년을 자세하면서도 긍지와 수치, 평화와 혼란, 용기와 좌절…의 착잡한 감회를 감추지 못했었다. 「카터」는 바로 이런 마음속에 새로운 활기를 약속하며 도덕적인 변화를 외치고 나섰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선전한 「포드」로서는 참으로 불행한 상황과 씨름했던 것 같다. 그것은 자신의 것이 아닌 정치적 유산까지 떠맡고 「카터」와 싸워야 했던 고통스러운 여건이었다.
미국은 지금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제3세기의 장을 펼치려하고 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이제 미국의 새로운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들의 여망에 따라 미국의 협력을 기대하는 그 모든 나라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할 책임과 의무도 있다. 우리도 물론 그런 여망을 가진 나라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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