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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 급속 확산에 각국이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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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홍콩에서 발생한 괴질이 전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캐나다.태국.미국 등이 이들 지역 여행객들의 입국을 제한하는 초강경 조치를 내리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으로 이름 지은 괴질의 감염자는 30일 현재 1천6백10명으로 늘어났고, 그중 58명이 숨져 높은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한달새 15개 국가로 확산=홍콩에서 괴질 증세를 맨 처음 보인 사람은 지난 3일 프린스 오브 웨일스 병원에서 근무하던 의료진 중 한명이었다. 중국 광저우(廣州)에 사는 60대 의사(중산의대 교수)가 홍콩에 와서 치료받는 과정에서 의료진과 다른 환자에게 전염시켰다는 게 정설이다.

이어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괴질에 걸린 미국 국적의 중국인이 홍콩에서 치료 도중 7일 만에 숨졌고, 지난 10일엔 홍콩의 의료진 10여명이 감염돼 '괴질 경보'가 본격화됐다. 홍콩.중국 여행객을 통해 괴질은 싱가포르.대만과 미주.유럽 각국으로 번져 WHO가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WHO는 괴질의 발원지를 일단 중국의 광둥(廣東)지방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선 지난해 11월 16일 기침.고열.두통 등의 괴질 증세를 보인 환자가 처음 나왔고, 지난 1월 3일 허위안(河源)시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춘절(春節.설날)연휴를 전후해 주민들이 집단 공포감을 보였고 중국 정부는 "3백5명이 감염돼 5명이 숨졌다"(2월 11일)고 발표했다.

홍콩에선 병원과 은행.공공기관은 물론 주택가.학교.양로원에서까지 무차별적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 유학 중인 金모 군은 "중일 우호병원을 중심으로 괴질이 급속히 확산돼 베이징에서만 사흘 동안 18명이 숨졌고 일부 병원이 문을 닫았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기숙사도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한다.

◇세계 각국, 여행제한 조치 돌입=캐나다 위생부는 홍콩.하노이.싱가포르에서 오는 여객기의 입국을 불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태국 위생부 역시 이들 지역에서 오는 여행객 중 괴질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을 24시간 격리해 관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방콕 포스트가 보도했다. 미국은 공무원들이 홍콩.베트남.싱가포르.중국으로 여행하는 것을 취소하도록 지시했다.

한편 홍콩 정부는 다음달 6일까지 내려진 휴교령을 무기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입국자들의 건강상태 보고 의무화▶거리에 침을 뱉는 행위에 대한 벌금형(약 16만원)강화▶감염자와 접촉했던 1천여명의 격리 수용 등 비상대책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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