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월…가족재회 시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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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임진각=문창극 기자】『이 강 저 건너에는 딸과 누이가 살고 있는데 왜 만날 수가 없는가.』
북송 일본인 처 자유왕래 실현운동회(대표 지전문자)회원 37명은 20일 하오5시 판문점을 돌아 본 뒤 임진각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며「북한측에 보내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회원들은 호소문을 통해『구타까지 당하며 북한측과 조총련에 가족의 안부조사와 귀향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회답도 없었다.』『「17년간 눈물로 쌓였던 육친의 정을 안고 이름만이라도 부르고 싶어 임진각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판문점을 돌아보고 북한 땅이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철의 장막」임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하고『정치나 사상·언어를 초월하여 육친의 정으로 여기까지 찾아온 우리들에게「철의 장막」을 열고 재회의 길을 마련하라』고 북한측에 호소했다.
이들은『북한측은 재회의 정에 몸부림치는 북한 땅의 일본인 처들을 왜 만나지 못하게 하는가』고 반문하고『뜨거운 정으로 얼어붙은 두터운「철의 장막」을 녹이고야 말겠다』고 결의를 굳게 했다.
동생을 북녘 땅에 보냈다는 전중희대씨(53·여·자하현견상야)는 판문점을 돌아본 뒤 『지금처럼 날개 없는 것을 안타깝게 느껴 본 적이 없다』면서 『당장 동생이 살고 있을 저 장막 속으로 날아 들어가 동생을 데리고 나오고 싶다』고 울먹였다.
이들은 호소문을 낭독한 뒤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건강을 비는 기도를 드린 다음 재회를 기원하며 북쪽을 향해 비둘기를 날려보내기도 했다.
회원들은 21일에는「망향의 동산」에 분향하고 포항제철·울산공업단지 등 산업시설과 경주 등을 돌아본 뒤 22일 하오4시 김해에서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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